오스트리아에서는 99%가 장기 기증에 동의하는 반면 독일에서는 12%만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서명한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독일인에 비해 희생정신이 투철해서일까. 아니면 두 나라의 문화적 차이 때문일까.

이유는 디폴트(기본값) 규칙이 다르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에선 선택적 거부를 하지 않는 한 자동으로 장기기증에 동의한다고 보지만, 독일에선 동의한다는 의사 표시가 있어야만 장기를 기증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오스트리아처럼 ‘동의를 추정하는’ 나라의 장기 기증 비율이 ‘동의를 요청하는’ 나라보다 높다.

[책마을] 선택적 동의와 선택적 거부…차이가 만든 엄청난 결과
《심플러》는 캐스 선스타인과 리처드 세일러가 함께 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넛지》의 응용편이다. 전작에서 ‘넛지’란 무엇인가에 대해 썼다면 이 책은 ‘넛지’를 어떻게 적용하고 실행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서 규제정보국 책임자로 일한 저자는 ‘넛지’가 미국의 규제와 정책 결정을 어떻게 바꿨는지 상세히 소개한다.

옆구리를 슬쩍 찔러주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넛지’에 대해 저자는 “누구에게 어떤 일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고 선택의 자유를 유지하면서도 사람들을 더 건강하고 더 부유하며 더 행복하게 만들어준다”고 말한다.

예컨대 자동차회사에 신차의 연료 효율을 공개하라는 요구, 운전 중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지 않도록 하는 교육 캠페인, 종업원들이 저축 프로그램에 자동적으로 가입하도록 권유하는 노력은 적은 비용으로 유익한 효과를 낸다. 특히 저자는 디폴트 규칙을 설명하면서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들에게 좋은 쪽으로 일이 잘 되어가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넛지’의 핵심은 사물을 더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일을 더 단순하게 하는 쪽을 택한다면 지금 하고 있는 것과 같은 기능을 엄청나게 줄이지 않고도 훨씬 더 효과를 높이고, 혼란을 줄이고, 생산성을 떨어뜨리지 않고, 도움을 더 많이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연방 학자금 지원 무료 신청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이전에는 정부 학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100가지가 넘는 질문에 답해야 했다. 워낙 서식이 복잡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고, 가난한 학생들은 대학을 포기했다. 미 교육부는 불필요한 질문을 없애고 간소화했다. 그 결과 더 많은 저소득층 학생들이 혜택을 받아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비용과 편익의 꼼꼼한 분석은 필수적이다. 저자는 “‘넛지’를 활용하려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면밀한 경험적 검증을 해야 한다”며 “해당 선택체계가 도움이 되고 단순하고 자유로운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