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5일 한 달 만에 연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정책 방향과 관련, 그동안 논란이 돼온 사안들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정리해 밝혔다. ‘복지를 확실히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제 활성화다’ ‘경제민주화가 과잉되면 결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쪼그라든다’는 것이 이날 박 대통령이 던진 주요 메시지다. 청와대 관계자는 “해외 순방과 국회 시정연설 등 일정이 겹쳐 수석비서관 회의를 거의 한 달째 걸렀는데, 그동안 참았던 얘기를 오늘 한꺼번에 다 쏟아낸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와 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민주화 입법과 관련, “당연히 해야 하는데 그것을 과도하게 포퓰리즘으로 해서는 안 된다”며 “어디까지나 약자라고 하는 경제 주체들도 내 꿈을 얼마든지 억울하지 않게 펼 수 있다는 차원에서 바라는 것이지, 이걸 과도하게 해서 투자가 안 되면 중소기업도 쪼그라들고 소상공인들도 쪼그라들고 일자리도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에 대해선 누구보다도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이것이 과잉이 돼 포퓰리즘 내지는 이념적으로까지 가서 기업들을 옥죄는 것은 정말로 해악”이라고 경계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경제민주화를 실현시키는 수단이 법률 제·개정만 있는 것이 아니며 일부 과도한 입법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에서 사전에 할 수 있는 것은 선제적으로 하자는 차원의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복지를 위한 증세 논란에 대해서도 ‘불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박 대통령은 “세수가 가장 많이 늘어 복지도 할 수 있고, 여러 가지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제 활성화”라며 “세수를 늘리고, 재정건전성도 확보하고, 복지도 더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경제 활성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권 일각에서 일고 있는 ‘증세론’과 관련, “증세는 마지막에 국민의 동의를 얻어서 공감대를 형성해서 해야지, 정치권이나 정부가 자기 할 일은 안 하고 국민 세금만 바라보는 자세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일자리 정책의 목표로 제시한 ‘고용률 70% 달성’에 대해서도 각 부처들이 70%라는 숫자에 과도하게 얽매이는 것을 경계했다. 박 대통령은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어느 계층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경력단절 여성이나 장년층에 필요한 것”이라며 “고용률 70%를 맞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대 흐름에 맞는 일의 형태이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해서 결과적으로 70%가 된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70%를 위한 70%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감사원의 역할에 대해 “개혁을 하려는 의지도 중요하지만 문제가 또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구조적으로 개선돼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대안을 만들어줘 해당 부처에서 매뉴얼을 따라함으로써 똑같은 지적을 받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와대가 박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각 수석과 대통령 간 보고 및 논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여야가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특검 등을 놓고 대치전선을 형성한 것과는 달리, 청와대는 ‘국정에 매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차별화를 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