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일주일에 친구 한명씩 만들라"…메마른 관계 회복하기
13세기, 프로이센 왕국의 프리드리히 2세는 9개 국어를 구사할 만큼 언어 능력이 뛰어났고 학문적인 관심도 많았다. 그는 ‘갓 태어난 아기에게 말을 가르쳐주지 않는다면 그 아기는 순수한 자연언어를 쓰지 않을까’란 생각에 부모가 없거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신생아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시작했다. 아이들은 쾌적한 환경에서 보살핌을 받았지만 먹을 때와 씻을 때를 제외하면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 그는 실험을 통해 인간의 순수한 자연언어가 무엇인지 알게 되리라 장담했지만 실험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인간의 품에 안기지 못한 아기들은 이유 없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고 1년도 채 되지 않아 모두 죽었기 때문이다.

이 일화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성립된다는 사실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인간에게 관계는 필수적이지만 그만큼 각종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관계의 힘》은 이 같은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방법을 가상의 글로벌 완구회사 원더랜드의 신우현 팀장을 통해 보여주는 팩션형 자기계발서다.

신 팀장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친척들에게 배신당한 상처 때문에 마음을 열지 않고 일에만 몰두하며 살아간다. 원더랜드 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두 아들의 경영권 다툼에 엮인 그는 숨겨진 공동창업주 조 이사를 찾아가 위임장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된다.

알고 보니 조 이사는 창업주의 장례식장에서 자신과 말다툼을 벌였던 괴짜 같은 인물. 조 이사는 신 팀장에게 위임장을 주는 조건으로 “1주일에 한 명씩, 한달에 네 명의 친구를 만들라”는 미션을 제시한다.

타인과의 관계에 무신경한 신 팀장에게 조 이사는 “자네 등 뒤에는 보이지 않는 끈들이 이어져 있네. 그 끈들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이 인생의 전부라네. 정말 그게 전부야”라고 말한다. 신 팀장이 “무슨 거창한 끈이기에 인생의 전부라 단언하는가”라고 반문하자 조 이사는 바로 “관계”라고 답한다.

조 이사는 관심, 먼저 다가가기, 공감, 진실한 칭찬, 웃음을 관계 능력 발전에 필요한 다섯 가지 요소로 제시한다. 신 팀장은 위임장을 받기 위해 미션을 시작하지만 그 과정에서 미처 살펴보지 못했던 인간관계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무관심했던 직장 동료들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10년 넘게 방치했던 단짝 친구와의 관계도 되찾는다.

신 팀장은 결국 눈에 보이는 성공을 위해 붙잡은 ‘인맥’이 아니라 보이지 않게 스며든 ‘관계’에서 진짜 행복을 발견하게 된다. 상처를 주는 것도 사람이지만 이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앞으로도 자네는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을 테지만 그 아픔 속에서 의미를 찾아야 하네. 아팠던 사람만이 큰 사랑을 줄 수 있다네. 행복은 관계에서 나오는 것임을 기억해주길 바라네.” 조 이사의 마지막 조언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