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바람잘 날 없는 중국의 미래…'차이니즈 드림' 이뤄질까
[책마을] 바람잘 날 없는 중국의 미래…'차이니즈 드림' 이뤄질까
“제 생각으로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중흥을 실현하는 것이 근대 이래 가장 위대한 꿈입니다. 이 꿈은 몇 대에 걸친 중국인의 숙원을 응축한 것이고, 중화민족과 중국 인민 전체의 이익을 체현한 것이며, 모든 중화 자녀의 공동의 기대입니다. (…) 나는 굳게 믿습니다.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2021년)에 소강사회(小康社會) 완성, 중국 건국 100주년(2049년)에는 조화로운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라는 목표가 실현될 겁니다.”

지난해 11월29일, 시진핑은 정치국 상무위원 6인을 모두 대동하고 ‘중국의 꿈(中國夢)’ 연설을 시작했다. 이 연설은 TV와 라디오를 통해 중국 전역에 중계됐고, 중국 사회에선 이 꿈을 실현시킬 방안에 대한 토론이 대대적으로 진행됐다. 미국 CNN과 영국 BBC는 중국이 이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대신할 ‘차이니즈 드림’을 전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원대한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대표적 ‘중국통’인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쓴 《중국의 꿈》은 시진핑 체제 출범을 맞아 현재 중국의 정치·외교·사회 분야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책이다. 시진핑을 비롯한 ‘5세대’ 지도자들의 면면과 특징, 중국 사회 내부의 체제 논쟁, 중국의 ‘공세적’ 외교에 대한 분석, 북한·중국 동맹과 한국·미국 동맹 간의 상관관계 등을 폭넓게 담았다.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분석을 위해 학술서 형식과 성격을 취했지만, 웬만한 대중교양서보다 쉽게 읽히면서도 중국을 둘러싼 논쟁의 깊숙한 부분까지 배울 수 있다.

예컨대 2009년부터 불거진 중국의 ‘공세적’ 외교 논쟁은 단순히 중화민족주의와 중국 인민의 자신감 때문이라고 해석해버리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나무는 조용히 있으려 해도 바람이 멈추지 않는다’는 중국의 공식 입장과 ‘중국 호랑이가 발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미국과 서구 중심의 입장, 공산당·국무원·인민해방군·국유기업·여론 등 다양한 행위자가 참여하는 외교 정책을 조정할 능력이 부족한 결과라는 관료정치모델의 입장 등을 다양하게 제시한다.

그러면서 중국의 외교 정책이 변했다기보다는 다양한 국내외적 상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행태’가 변했다고 분석한다. 외교 방향이 변한 게 아니라 각 사안에 수동·반응적으로 대응한 면이 있지만 앞으로의 정책 변화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한국 외교에 관해 “중국과 전략적 신뢰가 일정한 정도로 구축되기 전까지 한·미 동맹의 역할 확대와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도 한·미 동맹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한국의 입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한·미 동맹의 초점을 ‘미국 주도의 반(反)중국 안보 연합’이 아니라 북한의 도발 억지에 맞추고 경제협력 등 안전판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포용 위주의 대북정책도 역설한다. 봉쇄와 제재 위주의 대북정책은 북한을 포기할 수 없는 중국의 대북지원을 의미하고, 이는 한·중 관계의 갈등과 대립으로 나타난다. 이런 추세가 강화돼 동아시아에 ‘해양 세력(한·미·일)’과 ‘대륙 세력(북·중·러)’의 신냉전이 형성된다면 한반도 평화는 더욱 불투명하게 된다.

중국을 우려와 편견으로 보는 시각을 넘어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 근거를 충분히 제시한다. 중국을 분명한 패권 추구 국가로 보기엔 아직 무리가 있고, 중국도 스스로의 방향과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게 저자의 조심스러운 판단 같다. 경제성장이 둔화돼 고소득 국가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중간 소득 함정론’과 인류 공통의 가치를 거부하는 체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이행 함정론’의 대립 등 중국 사회 내부 논쟁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크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