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삶의 축소판 바둑서 배우는 처세술
바둑을 둘 때 마음에 새겨야 할 열 가지 교훈을 일컫는 ‘위기십결(圍棋十訣)’ 중 첫째 항목은 ‘부득탐승(不得貪勝)’이다. 이기려고 욕심을 내면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의미다. 욕심이 앞서면 국면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작은 이익을 탐하다가 큰 이익을 놓쳐 패배하고 만다.

평상심에서 벗어날 때, 유연성과 창의성을 잃어버려 실수와 패배를 자초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현대인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가르친다. 설령 패배한다 하더라도 성공에 한 걸음 다가선다는 마음을 가진다면 홀가분하다. 톰 피터스의 경영서적 《미래를 경영하라》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에서는 경영자들이 수많은 패배와 실수를 통해 성공을 이뤄냈다. 큰 성공의 비결은 큰 실패였다.

《인생의 한 수를 두다》는 ‘위기십결’을 통해 인생에서 배워야 할 교훈을 정리한 책이다. ‘삶의 축소판’이라고 불리는 바둑에서 얻는 처세의 지혜를 경영서적의 글을 인용해 소개한다.

바둑에서 ‘입계의완(入界宜緩)’이란 적진에 들어갈 때 서두르지 말라는 뜻이다. 적진에 들어가는 순간, 변화가 일면서 위기와 기회가 번갈아 나타나는 데 고수는 그 변화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끈다. 상대를 흔들면서 무언가를 가져와야 하는 사업,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 경영활동에서도 형세를 정확히 판단해야 자신의 의도대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상대를 공격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약점을 살피라는 ‘공피고아(攻彼顧我)’, 고립된 형세에서는 화평책을 쓰라는 ‘세고취화(勢孤取和)’의 교훈들도 구체적인 상황을 곁들여 전달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