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조용히 잠입해 확실하게 처리…닌자는 경영의 '멘토'
닌자는 일본 봉건시대에 존재했던 스파이·침입·암살 전문가다. 사무라이가 공개 전투에서 명예롭게 싸운 반면 닌자는 상대가 자고 있는 사이 잽싸게 목을 쳤다. 닌자는 능수능란한 전문가만큼 영리해야 했다. 적의 약점을 파헤치고 발각되지 않게 작전을 펼쳐야 했고, 도중에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면 방법을 바꿨다. 닌자에게는 오직 임무를 완성하는 것만이 중요했다.

《어떻게 성공하는가》의 저자는 오늘날 성공한 사람, 기업 또는 조직을 일컫는 가장 적절한 표현으로 ‘닌자 혁신(Ninja Innovation)’을 제시한다. 닌자는 경쟁에서 더 잘하기 위해 혁신적이어야 했다. 닌자는 선례에 얽매이지 않았고 새로운 것을 재발견했다. 그들은 전문가로 구성된 소규모 무리와 함께 작업했고 고난도 임무만 수행했다.

저자는 닌자의 특징을 가진 기업으로 IBM을 든다. 애플이나 구글 같은 기업과 달리 IBM은 고루한 이미지가 있다. 그러나 IBM은 중앙컴퓨터 회사에서 PC 회사, 컨설팅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탈바꿈했다. 저자는 “IBM에는 PC 사업부처럼 패배하게 된다면 손해보는 사업에서 재빨리 손을 떼고 새로운 전투지로 뛰어든다는 규율이 있다”고 말한다. IBM이 닌자와 비슷한 규율, 장기 비전, 마케팅 기술을 갖고 항상 승자로 남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닌자 혁신을 보여준 또 다른 사례는 인텔이 반도체 칩에 브랜드명을 붙인 1990년대 전략이다. 당시 외부에서 보이지도 않는 칩을 누가 만들었는지 신경 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인텔은 이것이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확신했고, 브랜드 마케팅에 수년간 수백만달러를 투자했다. 그 결과 ‘인텔 인사이드’ 로고는 소비자들이 컴퓨터를 살 때 가장 먼저 찾는 브랜드가 됐다. 저자는 “임무 완수를 위해 커다란 위험을 감수하는 닌자처럼 인텔도 투자 위험을 무릅쓰고 틀에 박힌 방식에서 벗어나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강조한다.

닌자의 가장 큰 특징은 잠행 기술이다. 상대가 자신의 존재를 모르도록 하는 능력이다. 저자는 디즈니가 이 방식으로 큰 성공을 거둔 기업이라고 말한다. 월트 디즈니는 1960년대 초 플로리다 중부 올랜도에 유령회사를 세우고 인근 쓸모없는 땅을 비밀리에 샀다. 디즈니는 땅값이 오르지 않도록 수년간 조금씩 대규모로 매입했다. 1971년 이곳에 개장한 ‘디즈니월드’는 대성공을 거뒀고, 올랜도는 미국에서 가장 방문객이 많은 도시로 성장했다. 저자는 “혁신기업에는 새로운 제품, 서비스를 발표하는 순간까지 몇 달, 몇 년을 견뎌내는 잠행 정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