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카를 마르크스(왼쪽부터), 프리드리히 엥겔스, 존 메이너드 케인스, 아마르티아 센, 조앤 로빈슨. 반비 제공
경제학자 카를 마르크스(왼쪽부터), 프리드리히 엥겔스, 존 메이너드 케인스, 아마르티아 센, 조앤 로빈슨. 반비 제공
[책마을] 삶을 바꾸는 경제학이란…'효율+정의+자유' 결합방정식
찰스 디킨스가 성황리에 미국 낭독 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1842년 6월, 기아의 유령이 영국을 떠돌고 있었다. 디킨스는 경제학이라는 과학이 없으면 세계가 굴러갈 수 없다고 봤다. 그는 주간지 ‘하우스홀드 워즈’ 창간사에서 경제학자들에게 경제학을 인간화할 것을 촉구했다. “약간의 인간적 살갗과 살집을 덧붙이고 약간의 인간적 혈색을 가미하고 약간의 인간적 온기를 불어넣지 않는다면 정치경제학은 앙상한 뼈대에 불과하다.”

천재 수학자 존 내시의 전기 《뷰티풀 마인드》의 저자이며, 컬럼비아대 저널리즘 대학원 교수인 실비아 나사르는 《사람을 위한 경제학》에서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앨프리드 마셜, 존 메이너드 케인스, 조지프 슘페터, 어빙 피셔 등 경제학자들이 주창한 이론의 진화 과정을 추적하며 그들이 추구하는 경제학 사상을 소개한다. 또한 개인의 사생활과 고민, 동시대 경제학자들과의 교류 내용도 전한다. 저자가 선택한 인물들은 모두 ‘경제적 효율, 사회적 정의, 개인적 자유라는 세 가지를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던 사상가들이다.

카를 마르크스는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실용적이고 효율적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조지 버나드 쇼가 지적한 바에 따르면, 마르크스는 ‘행정적 경험’이나 ‘사람과의 사업적 접촉’이 전혀 없는 인물이었다. 마르크스는 《자본》을 집필하는 동안 공장 한 곳도 방문하지 않았다.

앨프리드 마셜은 현대 경제학을 ‘오르가난(Organanㆍ도구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이라고 불렀다. 그에게 경제학은 진리 그 자체가 아니라 진리를 찾게 해주는 ‘분석 엔진’, 곧 끝없는 개선과 조정, 쇄신을 요하는 도구였다. 마셜에게 배운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경제학을 ‘정신 장치(apparatus of the mind)’라고 불렀다. 그에게 경제학은 현대를 분석하고 현대의 가능성을 활용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과학적 학문 중 하나였다.

역사가 아널드 토인비는 마셜이 전해주는 통찰의 의의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최근의 임금 문제 분석자들 중에 마셜은 노동자에게 최초로 커다란 희망을 보여 주었다. 노동자 임금을 올리는 방법이 노동자의 수를 제한하는 것 말고 또 있다는 희망이었다.” 마셜은 노동자 스스로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능력 계발을 강조했고, ‘그러므로 저임금의 치료약은 더 나은 교육’이라고 말했다.

조지프 슘페터가 바라본 자본주의의 특징은 ‘끊임없는 혁신’이었다. 그는 혁신이란 발명 그 자체가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의 유익한 적용이라고 생각했다. 슘페터의 중심적 인물은 비전있는 리더였다. 기업가의 역할을 ‘발명을 활용함으로써 또는 좀 더 일반적으로 아직 시험되지 않은 테크놀로지의 가능성을 활용함으로써 생산의 패턴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량경제학의 창시자 중 한 사람으로 경제 분석에 수학적 방식을 도입한 어빙 피셔는 화폐가 실물경제에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처음으로 깨달은 인물이자 정부가 통화운용을 개선함으로써 경제적 안정을 증진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주장한 인물이다.

18세기에 활동했던 경제학의 선조들은 인간의 9할이 신의 명령이든 자연의 섭리 때문이든 지독한 가난과 노역의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가정을 버리지 못했다. 1870년 이전 경제학이 주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없느냐에 대한 학문이라면, 1870년 이후 경제학은 주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한 학문이 됐다.

경제사상가들은 개인들이 자유롭고 풍요롭게 살아가는 사회를 원했다. 그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영토, 인구, 천연자원, 선도적인 기술력이 아닌 ‘경제적 지성’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경제사상이 세계를 변화시킨 정도는 증기기관이 세계를 변화시킨 정도보다 더하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경제학을 제대로 알려면 그 이론이 어떤 논쟁 속에 있고 그 논쟁은 또 어떤 사회적 맥락에서 나왔는지 넓고 깊게 보라고 저자는 말한다.

강경태 < 한국CEO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