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낙관홀릭'은 나를 위태롭게 한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기 아이는 비범한 재능을 타고 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평균적인 사람보다 건강하며 동료보다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혼할 확률이 50%에 육박한다는 말을 들어도 자신의 결혼이 실패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내가 암에 걸리거나 실직할 가능성은 과소평가하고 직업적 성취에 대한 전망은 과대평가한다.

신경과학 분야 전문가 탈리 샤롯은《설계된 망각》에서 “인간은 낙관 편향에 빠진 뇌 때문에 부정적 생각을 외면하고 긍정을 꿈꾸는 본능을 갖게 됐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최근의 연구 결과와 사례를 통해 인간의 뇌는 미래의 행복과 성공을 과잉 예측하도록 진화했다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뇌는 왜 이렇게 진화했을까. 그래야 건강과 생존의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이 낙관적인 편향을 유지하면 스트레스와 불안이 줄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게 된다.

더 나아가 뇌가 낙관적 믿음에 능력을 부여해 예측을 실현할 수 있게 만든다. 낙관주의가 없었으면 최초의 우주선이 뜨지도 못했을 것이고, 신대륙의 발견도 없었을 것이며, 재혼하는 사람도 전무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낙관 편향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저자는 “개인들의 작은 낙관 편향이 뭉쳐 큰 착각을 만들고 재난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투자자, 은행가, 집주인 등 경제 참여자들이 저마다 현실적으로 보장된 수익보다 더 많은 것을 기대한 데서 발생했다고 말한다.

각각의 낙관이 한 시장에서 합쳐지자 거대한 금융 거품이 생겼고, 이것이 터지며 모두 큰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희망에 찬 낙관주의는 작은 장애물을 뛰어넘게 한다. 하지만 위험과 불운을 우리와 무관한 것으로 가정하고 무시하면 위험이 있을 수 있다. 저자는 낙관에 대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이렇게 비유한다. “낙관주의는 적포도주와 같다. 하루 한 잔은 좋지만 하루 한 병은 해로울 수 있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