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국 작가들이 다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지난 25~26일 홍콩 크리스티가 실시한 ‘아시아 근현대미술’ 경매에서 서양화가 홍경택 씨(45)의 ‘연필Ⅰ’이 추정가(400만~600만홍콩달러)보다 높은 663만홍콩달러(수수료 포함, 한화 약 9억6800만원)에 낙찰돼 한국 미술작품의 홍콩 크리스티 경매 최고가를 경신했다.

홍씨가 1995~1998년에 그린 ‘연필’ 시리즈의 하나인 이 작품은 2007년 5월 크리스티 홍콩경매에서 648만홍콩달러에 팔린 기록이 있다. 커다란 화면 위에 연필과 펜이 기하학적으로 배치돼 장관을 이룬다. 40대 작가의 작품이 9억원대에 거래된 것은 국내 경매에서도 유례가 없다.

백남준의 비디오 조각 작품 ‘해커 누비’는 123만홍콩달러(약 1억7000만원), 최소영의 청바지 작업 ‘부산 영도다리’는 135만홍콩달러(약 1억9000만원), 전광영의 ‘집합’ 시리즈는 117만홍콩달러(약 1억6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날 경매에서는 한국 작품 34점 중 21점이 팔려 낙찰 총액이 1763만홍콩달러(한화 약 25억5000만원)에 달했다.

또한 중국 현대작가들의 작품 고공 낙찰가 행진이 이어졌다. 중국 원로화가 산유의 그림 ‘벌거벗은 두 여인’은 4467만홍콩달러(약 64억원)로 추정가 수준에 팔렸다. 파리에서 활동 중인 추상화가 자우키의 유화 ‘물 음악’은 3291만홍콩달러(약 47억원)에 팔렸다.

홍콩 크리스티의 이번 ‘아시아 근현대미술’ 경매에는 7억4151만홍콩달러(약 1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한편 26일 홍콩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서울옥션 경매에서는 일본 작가 야요이 구사마의 인형조각 ‘치짱과 친’(약 5억1000만원) 등이 고가에 팔려 낙찰 총액 53억원(낙찰률 65%)을 기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