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 시리즈가 100만부 이상 팔렸지만 책 이름이나 표지 디자인의 저작권은 인정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출판기획사인 그리고책은 2003년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라는 제목의 요리책을 기획했다. 인터넷에서 요리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던 김모씨를 저자로 섭외해 기획 편집 디자인 등은 그리고책이 맡고, 인쇄 판매 등은 영진닷컴과 영진출판이 담당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가 발행부수 100만부를 넘기는 베스트셀러가 되자 2004년 ‘1000원으로 국, 찌개 만들기’ ‘5000원으로 손님상 차리기’ ‘500원으로 밑반찬 만들기’ 등 3종의 요리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이들 4종 서적에 대한 출판권 설정계약이 만료되자 영진닷컴은 저자 김씨와 직접 계약을 맺고 개정판을 출판했다. 이에 대해 그리고책 측은 영진닷컴 등을 상대로 해당 서적의 출판·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소송도 제기했다.

그리고책 측은 “‘OOO원으로 △△△하기’라는 시리즈 이름과 제호·표지 디자인은 상품·영업표지에 해당하기 때문에 동의 없이 사용하는 것은 영업 주체의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1, 2심에서 패소하자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제호나 표지 디자인을 영업표지로 볼 수 있으려면 이를 독립적인 표지로 사용한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며 “원고가 그리고책이라는 상호 대신 ‘OOO원으로 △△△하기’를 영업 표지로 독립해 사용하지 않았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책시리즈가 특정한 출처의 상품임을 연상시킬 정도의 상품표지로 보기에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