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자오광 중국 푸단대 교수는 중국 사상사 분야의 대표적인 학자다. 그는 기존 중국 사상사가 시대별로 탁월한 사상가와 경전을 설명한 엘리트 중심의 지식사에 머물렀다며 ‘사상사의 새로운 글쓰기’를 주장해왔다. 또 신중국 수립 이후 고고학적 발굴을 통해 얻은 풍부한 유물과 문헌이 사상사를 다시 써야 할 만큼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사상사 연구가 경전 중심에서 벗어나 일반 사람들의 생활과 사고를 엿볼 수 있는 비석문과 공문서, 족보, 편지, 기술과 예술 영역의 일상적인 읽을거리 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1994년부터 이런 시각과 접근 방식으로 중국 사상사를 새로 쓰는 작업에 들어가 1998년 《중국사상사》 상권, 2001년 하권을 각각 펴냈다. 엘리트가 아닌 일반 사람들의 지식과 사상, 신앙세계를 사상사 영역에 포함시킨 그의 책들은 중국 학계에 파장과 논쟁을 일으키며 중국 사상사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사상사-7세기 이전 중국의 지식과 사상, 그리고 신앙세계》는 그가 1998년 출간한 상권과, 상·하권 서두에 각각 실린 ‘사상사의 서술방법’을 ‘도론’(導論)이란 제목으로 묶어 함께 펴낸 번역서다. 저자가 ‘아득히 먼 고대’라고 표현한 하(夏)·상(商)·주(周)나라의 상고시대부터 당(唐)나라 초기인 7세기 이전까지 중국의 지식과 사상, 신앙세계의 역사를 다뤘다.

저자는 다시 이 시기를 크게 상고시대, 춘추 말기부터 전국시대, 진한 통일제국, 한나라 이후 당나라 초기 등으로 나눠 서술했다. 1편에서는 고고학적 발굴 자료인 갑골문과 다양한 유물을 통해 상고시대 사상체계를 재구성했다. 2편은 기원전 6세기부터 3세기까지 나타나 2000여년간 중국을 지배한 독특한 사상체계인 유가와 도가 등 엘리트 사상을 다뤘다. 3편에서는 진한 통일 제국시대에 중국 사상세계가 방대하고 복잡해지면서 서로 융화되고 통합되는 모습을 그렸다. 4편에서는 한나라 시대에 불교를 중심으로 중국 사상 세계가 외부에서 흘러들어온 사상과 융합하고 중국 고유 사상에 대한 끊임없는 재발견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아나서는 과정을 추적했다.

저자는 ‘도론’에서 제시한 사상사 연구 방법론에 맞춰 사상의 역사를 서술한다. 고대 중국의 걸출하고 전형적인 사상의 발전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런 사상이 형성되는 지식의 근원과 ‘궁극적 근거’라고 표현한 도(道)에 대해 분석했다. 또 7세기 이전 중국에 나타난 엘리트 사상을 다루면서 사상적 토양인 일반 지식과 신앙의 역사를 포함시켰다. 사상가와 경전 중심으로 구분한 교과서식 사상사에서 탈피해 논제 중심으로 구성했다.

저자는 시대별로 사상가와 경전을 늘어놓는 것만으로는 역사의 맥락을 파악하기 부족하다고 주장하며 사상의 연속성을 강조한다. 2편에서 춘추전국시대 지식과 사상을 설명하며 유가·도가·묵가 등 엘리트 사상을 그 이전부터 이어진 사상의 연속과 갱신이란 시각에서 접근하고, 사상가들의 화제를 우주시공, 사회질서, 개인존재 등으로 구분해 다룬 것도 이런 까닭이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