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북서부에 삼지창처럼 나와 있는 세 개의 반도 가운데 가장 위쪽 반도에 솟아있는 해발 2033m의 아토스산. 크리스천들에게 ‘홀리 마운틴(성스러운 산)’으로 불리는 이곳은 세계 유일의 수도원 공화국이자 금녀(禁女)의 나라다. 3~4세기부터 수도자들이 들어와 살았고, 885년에는 동로마 황제가 칙령을 내려 아토스산을 수도자들의 영지로 선포했다. 3000명가량의 사제, 수도자 등이 여기에 살고 있다.

이들은 왜 스스로를 외딴섬에 가두고 있을까. 외적인 집착을 끊고 내면에만 집중해 신성을 밝히기 위해서다. 욕망하는 존재인 인간이 욕망을 끊는다는 게 가당키나 할까. 그러나 플라톤은 일찍이 “남이 아닌 자기 자신을 정복한 자가 고결한 최상의 승리자”라고 했다.

《그리스 인생학교》의 저자는 아토스산에서 묻는다. “나는 과연 버려야 할 것을 버렸는가.” 이 책은 아토스산을 비롯해 아기아나수도원, 알렉산드로스의 기도 신전인 고대 디온, 그리스 신들의 산 올림포스, 트로이 등 그리스 문명답사기다. 여느 답사기와 다른 것은 종교전문기자인 저자의 문제의식과 성찰이다.

저자는 “세상이 지겹도록 바뀌지 않는다는 불만의 소리가 높지만 바뀌지 않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언제나 우리 자신이었다”며 가는 곳마다 스스로 화두를 던지고 자성한다.

고대 디온에서는 자족을 모르는 탐욕의 끝이 어디인지 묻고, 하늘 위의 수도원 메테오라에서는 ‘죽음은 필멸의 고통인가, 새로운 세계로의 통로인가’ 궁구한다. 우리의 삶을 무너뜨리는 ‘트로이의 목마’는 무엇인가, 그리스도가 우리를 사랑한 것처럼 우리도 약자를 사랑하고 있는가.

저자는 “삶에 지친 이들에게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로 용기를 북돋운다. “오늘 내가 죽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살아있는 한 세상은 바뀐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