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를 대표하는 천재 아인슈타인과 피카소의 차이점은? 세계적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이라는 결정적 한 방으로 누구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위치에 올랐다. 반면 피카소는 엄청난 다작으로 유명하다. 그는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시도했다. 야구에 비유하자면 공이 날아올 때마다 너무 재지 않고 방망이를 휘두르다 보면 단타도 치고 때로는 만루홈런도 치게 된 것과 같다.

21세기는 융합형 인재를 원한다. 특히 지금은 이공계와 인문학의 융합이 화두다. 진화생물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진)는 《통섭적 인생의 권유》에서 피카소와 같은 삶을 실천하는 것이 이런 융합형 인재의 길을 걷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한 우물만 파지 말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면서 다양한 분야에 몸을 담그다 보면 어느새 자기만의 영역을 만든 사람으로 변신해 있을 것이라고 전한다.

최 교수는 한국사회에 통섭이란 화두를 던졌다. 통섭이란 여러 학문 간의 벽을 허물고 더 크고 깊게 통합된 학문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점점 더 다양하고 미묘해지는 우리 사회의 현안에 대해 대답을 내놓기 위해서는 이런 통섭의 사고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통섭적 인생을 적극적으로 권유한다.

최 교수는 통섭적 인생을 ‘동물스러운 삶’이라고도 말한다. 동물처럼 자연의 일부가 돼 더불어 살면서, 받은 만큼 돌려주는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것이 가장 인간다운 삶이라는 것이다. 그는 자기 삶의 터전인 자연을 끊임없이 파괴하는 인간들은 동물들에게서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 교수는 “인간은 모든 진화의 산물들 가운데 가장 막내 격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바퀴벌레, 까치, 돼지도 인간보다 훨씬 오랫동안 지구의 주민으로 살아왔다. 인간은 그들을 인정하고 섬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인간은 생태계를 구성하는 한 종에 불과하다. 인간들은 지식이 엄청나다고 믿고 있지만 수많은 동물이 진화의 과정에서 깨우친 노하우들은 훨씬 방대하다. 자연은 뛰어난 아이디어의 보물창고다. 가방과 옷에 많이 사용하는 ‘찍찍이’는 동물의 털에 들러붙는 식물의 씨를 흉내내서 만든 것이다. 강철 섬유는 거미가 집을 짓기 위해 뽑아내는 거미줄을 모방해 만든 것이다. 태양전지는 광합성을 하는 식물의 잎을 흉내냈다. 더 나아가 동물들이 어떻게 사는지, 그들의 사회를 연구하면 인간 사회를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큰 과제로 대두된 환경과 저출산 문제에 대해 최 교수는 환경을 연구하는 생물학자답게 독특한 시각을 보여준다. 모든 환경문제의 바닥을 짚어 보면 인간의 씨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환경문제를 걱정하면서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적절한 대책이 아니라는 것. 최 교수는 출산율이 높은 나라에서 낮은 나라로 인구가 이동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문호를 개방하고 다른 나라에서 들어오는 외국인들과 함께 잘 사는 것이 융합 시대의 해법이라는 것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