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20일 오전 7시42분

“한계에 몰린 기업들의 자금 숨통을 틔워 주는 일이 올해 투자은행(IB) 시장의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입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장(전무·사진)은 20일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도 없고, 회사채를 발행하기도 어려운 건설·조선·해운업종 기업들이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주식연계채권(ELB)을 쏟아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국경제신문이 제정한 ‘한국 IB대상’에서 종합대상을 받았다. 주식자본시장(ECM)과 채권자본시장(DCM) 분야에선 첫손가락에 꼽히는 IB 하우스다. 대기업이나 은행 계열도 아닌 한국투자증권이 업계 수위를 점할 수 있는 배경엔 탄탄한 중소기업 네트워크가 있다.

중소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 모임인 진우회는 한국투자증권 후원으로 결성된 단체다. 정 전무는 중소기업학회 부회장직도 맡고 있다. 그만큼 중소기업의 사정에 밝다.

한계기업들의 자금 조달과 함께 정 전무는 벤처 시장의 활성화를 올해 이슈로 꼽았다. “새 정부가 화두로 내건 ‘손톱 밑 가시’를 빼려면 중소·중견 기업들에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그는 최근 중소기업학회에 참석해 제언했다. 창업 초기 기업과 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KONEX)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다.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정부 자금을 받고 있는 기업 가운데 유망한 업체를 골라 반드시 코넥스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정 전무의 아이디어다. 좋은 기업이 들어와야 시장이 살고, 투자자들이 돈을 댄다는 얘기다.

같은 논리에서 정 전무는 “창업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처럼 벤처에서 시작해 수천억원대의 자산가로 올라서는 일이 많아져야 한다는 얘기다. 정 전무는 “김대중 정부 시절만 해도 창업하고 꿈을 키웠던 벤처 기업인들이 다시 대기업으로 돌아가고 있는 게 요즘 현실”이라며 “당장 효과가 나지 않더라도 벤처 생태계에 씨를 뿌리는 일을 해야 하고, IB는 이런 기업들에 자금이 원활히 공급되도록 역할을 함으로써 먹거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해선 ‘상저하고’ 전망을 내놨다.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주식 시장도 살아나야 상장할 텐데 이런 요인을 확인하려면 하반기는 돼야 할 것”이라는 게 정 전무의 예상이다.

기업 지배구조 이슈도 올해 빠질 수 없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대선 때 여야 할 것 없이 경제민주화와 주주이익을 들고 나왔기 때문에 기업들도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박동휘/심은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