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 인생은 백두대간 종주 이전과 이후로 삶을 나누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성공한 사회운동가에서 정치인, 행정가로 변신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말이다. 백두대간 종주가 뭐기에 이렇게까지 말할까.

《희망을 걷다》는 이에 대한 박 시장의 답이다.

박 시장은 2011년 7월19일 5명의 대원들과 함께 지리산을 출발, 49일 동안 백두대간을 종주했다. 장맛비를 맞고 모기에 뜯기며 걸었던 길. 단조롭지만 험해 쉽지 않았다. 발톱이 빠지고 신발이 닳아 헤지며 어렵사리 걸은 산행을 통해 그는 자신 앞에 놓인 길이 무엇인지 깨달았다고 한다. 종주에 나선 지 41일째, 그는 이렇게 결심했다.

“정치의 바다에 첨벙 뛰어든다. 아니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퇴로가 없다. 더 이상 고통받는 대중의 삶을, 퇴행하는 시대를 그대로 두지 말라는 내면의 소리를 거부할 수 없다. 천지신명이 명하는 대로 나는 나아간다. 하나의 제물과 희생이 되고자 한다.”

사흘 뒤 그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위한 산중 심야회의를 열었고 하산 직후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양보를 얻어낸 뒤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 당선됐다. 그는 “만약 백두대간 길을 걷지 않았다면 선거 출마의 결단을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출마는 백두대간 길에서 마주친 현실에 대한 나의 대답이었다”고 회고한다.

책에는 그의 진솔한 생각과 면모가 담겨 있다. 산속에서 거의 매일 비를 맞았고, 옷과 신발, 텐트를 말리는 게 주된 일과였을 정도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는 희망을 발견했다.

“숲속을 걷고 가시덤불에 찔리며 음습한 대지를 기어가는 동안 나와 동료들은 어느새 자연의 일부가 되었다. … 길 위의 고난은 오히려 내가 선 자리를 분명히 일깨워 주었다. 백두대간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 땅의 현실은 산행의 화두로 삼았던 ‘사회적 경제의 부흥’에 대한 확신을 가져다 주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