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딱 한 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면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을 택할 것이다. 인류가 수확한 문학의 최대 걸작은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 가장 큰 감동을 받은 작품은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다.”

《어느 독서광의 유쾌한 책 읽기》는 제목 그대로 한 ‘독서광’의 서평을 모은 책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세계관세기구(WCO) 등 국제기구에서 24년 동안 일한 저자는 원산지 규정과 관세 평가 분야의 전문가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한 덕분에 그는 각국의 독서광을 만나 고전 명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특히 WTO의 독서클럽에서 미국 영국 브라질 독일 케냐 등 서로 다른 문명권 사람들에게서 다양한 해석을 들은 것이 도움이 됐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30권의 양서를 선정해 자신만의 시선으로 책을 풀어냈다.

소개된 책은 대부분 익히 알려진 고전들이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등 문학사를 수놓은 책들뿐이다. “고전의 세계는 아름답고 황홀하고 웅대하다. 세월을 이기고 살아남은 고전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을 키운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각각의 고전마다 대략의 줄거리와 어떤 식으로 책을 읽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본문에 소개된 책을 읽지 않았던 사람도 큰 부담없이 읽을 만하다. 이미 책을 읽었던 사람이라면 저자가 제공하는 신선한 해석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책 말미의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을 통해 저자는 “왜 결혼을 해야 하는가”(전쟁과 평화) “햄릿은 왕을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왜 왕을 죽이지 않았나”(햄릿) “장 발장의 삶은 값진 삶이었는가”(레 미제라블)와 같은 물음을 던진다. 독자들이 다시 한번 고전을 음미할 계기를 마련해주는 셈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