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세무 직원이 하나 있으면 온 가족이 부자가 된다.’

중국 남부 지방의 속담이다. 부정과 부패가 횡행하고 사회구조가 아닌 구조 바깥의 인맥과 부정이 힘을 발휘하는 중국 사회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악습을 뿌리 뽑는 게 아니라 한동안 엄하게 단속해 뇌물을 받고, 조금 풀어줬다가 운전자들이 경계심을 늦추면 다시 한바탕 단속을 벌이는 식이다.

중국 작가 위양은 《강호 중국》을 통해 중국 사회의 이런 속성을 파헤쳐 고발한다. 그는 ‘강호(江湖) 사회’적 속성이 중국 민족의 고질병이라고 진단하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느냐에 따라 중국에 희망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강호 사회란 인맥과 체면이 자본화·신용화 돼 권력과 돈을 만들어내는 사회를 뜻한다. 저자는 일종의 사회병리적 현상인 강호화가 중국에서 진행된 지는 벌써 500년이 지났다고 분석한다.

본래 협객과 상인에게 존재하던 강호의 유전가가 명대 중기, 대략 16세기 전후부터 사회구조로 기능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유교사회가 서서히 해체되기 시작하면서다. 그 후 19세기 초반에 이르러 인구 폭증으로 강호 사회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고, 20세기 초 청나라와 중화민국 교체기에 강호는 정통 질서를 대체하는 중국의 주도적 사회구조가 된다.

저자는 현재 중국이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한다. 노쇠한 중국사회가 해체되는 와중에서 이대로 소멸할 것인지, 강호화를 극복해 건전한 사회구조를 확립할 것인지의 갈림길이다. 그는 남을 속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탈취한 후 빈둥거리는 중국을 이제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