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는 한때의 노여움으로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되고, 장수 또한 한때의 분노로 전투를 해서는 안 된다. 나라의 이익에 부합하면 움직이고, 그렇지 못하면 바로 멈출 뿐이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을 두고 우리나라 정치권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고구려사에 이어 발해사를 자국 역사로 규정하려는 중국의 꼼수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손자병법》을 쓴 손무는 국익에 따라 움직이라고 충고했다. 훌륭한 장수를 움직이게 만드는 건 감정이 아닌 ‘계산기’라는 것이다.

《무경십서》는 중국의 고대 병법서 열 권을 엮은 책이다. 전 4권의 방대한 분량의 책에는 중국 7대 병법서로 꼽히는 《손자병법》《오자병법》《사마법》《울료자》《당리문대》《육도》《삼략》과 《손빈병법》《장원》《삼십육계》가 실렸다. 병법서의 주요 부분을 원문과 함께 해석하고 해설을 덧붙였다. 실제 사례를 부록으로 실어 현대인의 공감대를 높였다. 또 각 병법서에서 중시하고 있는 지략을 적극 활용해 전쟁을 펼친 사례와 상업을 펼친 사례를 각 장 말미에 실었다.

무경십서의 공통적인 지혜는 ‘백성의 생사와 국가의 존망’을 동일시했다는 점이다.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보다 귀한 것은 없다. 전쟁은 천시와 지리, 인화 등 세 조건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으면 비록 승리를 거둘지라도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전쟁이라는 최후의 수단에 기대야 한다.” 《손빈병법》의 충고다. 적을 오직 타도 대상으로만 파악해 섬멸전에 초점을 맞춘 서양의 병서와 구분되는 점이다.

《무경십서》에 수록된 책들은 “장수가 용병을 잘못해 전쟁에서 패하면 나라의 존망이 갈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이를 현대에 대입하면 하나의 기업이 경영을 실패해 퇴출당하면 해당 기업은 물론 수많은 관련 업체 종사자가 일거에 거리로 내몰려 나라가 휘청하게 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와 미국발 금융위기가 떠오르는 지점이다.

중국의 호설암은 《손자병법》을 관통하는 대여대취(大予大取·크게 주고 크게 얻어라)를 경영 전략에 적극 활용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호설암은 19세기 말 중국 청나라를 주름잡던 거상으로 중국인들이 첫손으로 꼽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롤모델. 그는 생전에 “눈은 먼 곳에 두되 가까이에 있는 인연에 충실하다보면 장차 드넓은 천지를 만나게 될 것”이라며 《손자병법》의 지략을 경영에 적용했다. 부의 사회 환원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을 19세기, 중국 각지에서 수해나 가뭄이 일어나면 의복, 쌀, 금전 등의 구호물자를 아낌없이 보냈다. 한두 푼에 연연하지 않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