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이방인의 눈에 비친 미국의 오만과 위선
“탕탕탕탕.”

지난 7월20일 미국 콜로라도의 한 영화관에서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보던 관객 70여명이 목숨을 잃거나 중상을 입었다. 제임스 홈스가 최루탄을 터뜨린 뒤 객석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한 것이다.

미국에서 총기난사 사고는 한 해 두세 건은 일어나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다. 사고가 터지면 시민단체가 나서 총기소유 금지를 주장하는 캠페인을 벌인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미국 헌법이 제정된 이래 지금껏 총기 소유가 한 번도 금지된 적이 없다. 왜 그런 걸까.

《우리가 모르는 미국의 두 얼굴》의 저자는 “전미총기협회(NRA)의 막강한 로비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1871년 설립돼 150년의 역사를 지닌 NRA가 4300만명에 달하는 회원들의 결속력을 무기로 정치에 참여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NRA뿐이 아니다. 미국 정치는 로비스트의 손아귀에서 좌지우지된다. 저자는 “대기업과 이익단체들은 로비스트를 고용해 엄청난 물량공세를 퍼부으며 규제법안을 폐기시키거나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만든다”며 미국 정치의 폐부를 낱낱이 드러낸다.

[책마을] 이방인의 눈에 비친 미국의 오만과 위선
이 책은 15년 이상 취재 현장을 누빈 저자가 1년간 미국 존스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에서 방문 연구원을 지내며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써 내려간 기록이다.

저자는 “오늘날의 미국은 결코 ‘아름다운 나라’가 아니다” 라며 “워싱턴DC 중심부 고급 호텔에서는 정치는 뒷전에 놔둔 채 기부금 모으기에 열중하는 정치인들이 끊이지 않고 여기에 개입해 정치를 조종하는 로비스트들이 넘쳐난다”고 꼬집는다.

저자가 본 미국 정치는 철저하게 돈의 지배를 받는다. 미국은 돈을 누가 얼마나 많이 퍼붓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하루 절반 이상의 시간을 선거자금 모으기에 쏟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각종 이익단체뿐만 아니라 월가 투자은행 그리고 대기업, 할리우드의 큰손까지 그에게 선거자금을 갖다준다.

저자는 “기득권층의 돈을 받아 선거에서 승리하게 되면 그것이 족쇄가 돼 99%를 위한 정치가 아니라 1%에 이용당하는 정치로 전락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미국은 후진적 복지시스템으로도 악명이 높다. 저자는 “오바마 정부의 의료개혁이 진척이 없는 이유는 타 인종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을 우려하는 백인들의 적대적 사고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마음 깊숙이 자리잡은 백인들의 우월의식이 문제라고 말한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