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사랑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 사람들은 항상 사랑하고 싶어하고 사랑에 목말라 한다. TV드라마, 대중가요, 문학작품 등의 영원한 소재는 의심할 것 없이 사랑이다. 그러나 사랑은 누구나 원하지만 아무나 잘하지는 못한다. 사랑만큼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도 드물다.

필명 ‘꺄르르’로 유명한 젊은 인문학자이나 파워블로거 이인 씨(30·사진)가 쓴 《사랑할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한국경제신문)은 사랑에 보다 근본적으로 접근하며 그 본질을 탐구한다. 에리히 프롬이 “사랑은 저절로 할 수 있는 본능이 아니라 배우고 익히는 기술”이라고 말한 것처럼 사랑은 ‘배우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철학과 심리학 등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7일 이씨를 전화로 만났다.

▷사랑에 관한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건 인생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길이잖아요. 그런데 정치나 사회에 대해서는 수많은 고민을 하지만 사랑에 대해서는 본질적 접근이 없었어요. 사랑만큼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없는데 말이죠. 사랑에 대해 독자들과 깊이 있게 한번 고민해보고 싶었어요.”

▷기존의 연애심리학 책들과 다른 점은 뭔가요.

“이 책은 사랑을 잘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연애심리학 책은 이미 많이 나와 있고 저도 어린 시절 사랑에 실패할 때마다 집어 들긴 했지만 별 도움이 안 되더라고요. 실제 사랑에는 적용이 안 된다고 할까요. 헬스장에 잠깐 동안 다닌다고 금방 알통이 나오는 게 아닌 것처럼요. 타인을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정신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랑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가 필요한가요.

“사랑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우주 안에 새로운 ‘지구’가 탄생하는 대단한 일이에요. 당연히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죠. 역설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물어야 타인을 잘 이해할 수 있어요. 여기서 중요한 건 상대가 태양이 되거나 달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태양이 되면 나라는 지구는 그 주위를 맴돌 거고 달이 되면 상대가 나에게 얽매이겠죠. 서로 동등한 존재로서 두 개의 지구가 공존하는 게 바로 사랑입니다.”

▷요새 청년들은 불안한 미래 때문에 사랑도 포기해야 한다며 좌절합니다.

“저도 느끼고 있어요. 안정된 직업이나 돈 없이는 사랑하기가 힘들어지고 있죠. 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같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힘들구나’하는 생각이 공유되면 서로에 대한 기대치나 요구가 바뀌겠죠. 서울에 전셋집을 마련하는 게 힘들다는 이해가 있으면 여성도 이를 거들 수 있고, 여성의 사회 참여가 어려운 걸 남성이 알게 되면 집안일을 도울 수 있겠죠. 서로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독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아마 보시는 분마다 여러 가지 색깔로 읽히겠죠. 위로나 용기가 될 수도 있고, 어떤 분은 ‘뜨끔’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 책이 하나의 친구 같은 존재였으면 좋겠어요. 삶과 사랑에 뜨거운 자극을 주는 동반자가 됐으면 합니다. 옆에 두고 자극받으면서 다투기도 하는, 함께 지내는 친구처럼요.”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