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인터브랜드에서는 매년 ‘세계 100대 브랜드’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인터브랜드의 브랜드 가치평가 모델은 재무가치와 마케팅적 요소를 동시에 평가해 브랜드 가치를 화폐 단위로 산정하는, 2010년 업계 최초로 ISO 인증을 획득한 공인된 방법이다. 매년 상위권에 오르는 기업은 코카콜라, IBM, 구글, 애플 등 우리에게 친숙한 글로벌 브랜드가 주를 이룬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이 평가 결과를 단순한 브랜드 인지도나 이미지, 혹은 충성도에 의한 것으로 여기는 것 같다. 이 또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리스트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따로 있다. 강력한 브랜드일수록,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일수록, 브랜드 컨셉트와 기업의 핵심가치가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는 점이다.

인터브랜드의 오랜 고객사인 P&G의 마케팅 책임자(CMO) 출신이자 UCLA 경영대학원의 짐 스텐겔 교수 역시 브랜드 컨셉트를 경영의 확고한 좌표로 삼아야 한다며 이를 ‘브랜드 이상(Brand Ideal)’이란 말로 표현한 바 있다. 수년째 브랜드 순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코카콜라만 봐도 그렇다. 코카콜라의 브랜드 이상은 ‘행복한 순간을 고취시키기 위해 존재한다’인데, 이는 ‘고객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선사하자’는 코카콜라의 핵심 가치와 직결된다.

그런 점에서 최근에 읽은 책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인터브랜드 내부적으로 객관적인 평가지표와 공인된 평가 방법이 있지만 브랜드는 무형의 자산이기 때문에 그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런 만큼 브랜딩의 의미와 중요성을 평소에도 끊임없이 생각해오던 차에, 읽는 내내 여기저기 밑줄을 그을 만큼 브랜딩의 핵심을 날카롭게 꿰뚫고 있는 책을 만나게 돼 반가웠다.

이 책에서 말하는 ‘브랜딩’은 한마디로 경영의 구심점이자 기업의 경쟁력이다. 오늘날 기업경영의 모든 활동이 브랜드 컨셉트의 관리, 즉 브랜딩에 초점을 맞춰 이뤄지기 때문이다. 제품구성, 광고, 판촉, 유통 등은 물론 기업의 전반적인 전략도 ‘브랜드 컨셉트’를 빼놓고는 논할 수 없다. 장기적 비전을 제시할 때도 브랜드 컨셉트와 일관성이 필요하며, 주인의식이란 용어조차 오너가 브랜드에 대해 갖는 생각을 직원들과 공유하느냐의 문제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브랜딩을 단순한 마케팅 활동으로 간주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인터브랜드는 브랜드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그런데 컨설팅을 받고 싶다고 해 만나 보면 ‘다른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급격히 상승한 비결’이 무엇인지부터 묻는 회사들이 있다. 어떻게 하면 브랜드 가치를 단기간에 상승시킬지 궁금해하며 빠른 시간 내에 대중에게 알리는 데만 급급한 것이다. 많은 기업을 컨설팅하는 과정에서 브랜딩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비즈니스의 핵심임을 알리고 싶어 이 책을 썼다는 저자 또한 나와 같은 심정이 아니었을까.

이처럼 마음만 바쁜 기업들의 최고경영자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잘나가는 기업을 보면 오너부터 임직원까지,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브랜드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는 저자의 말은 되짚어볼 만하다. 모든 직원이 자사의 브랜드를 기업의 문화로, 가치로, 비전으로 녹여내는 과정을 부단히 공유해야 한다는 것.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주고자 하는지, 5년 후 10년 후 비전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당신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문지훈 <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