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마흔이라면 군주론》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리더십의 해법을 찾는 책이다. 역사 속 인물과 사건, 기업의 성공과 실패 등 130여 사례를 통해 마키아벨리의 사상이 현실 속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얘기한다.

“인간은 아버지의 죽음은 쉽게 잊어도 재산의 상실은 좀처럼 잊지 못한다.”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는 이처럼 인간을 이기적인 존재로 봤다. 인간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인간이 만든 집단과 조직 역시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는 얘기였다. 그의 견해는 역사 속에서 현실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예가 선장의 이기심이 영국 죄수를 구했던 사례다. 1788년 1월 영국 죄수 732명을 포함한 1000여명을 실은 배가 호주 시드니 항구에 도착했다. 영국은 당시 식민지였던 미국을 죄수 유배지로 삼고 있었는데 미국이 1776년 독립하자 새로운 장소가 필요했던 것. 이때 영국 정부의 눈에 들어온 게 호주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1790년부터 3년간 호주로 끌려간 죄수 4082명 중에 498명이 바다 위에서 목숨을 잃었다. 국내에 비판여론이 일자 영국 정부는 죄수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신앙심 깊은 선장을 선발하는 등 각종 아이디어를 짜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죄수의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인 묘안은 ‘이기심’에서 나왔다. 선장에게 주는 죄수 호송비를 ‘죄수 1인당 지급’에서 ‘살아서 도착한 죄수 1인당 지급’으로 바꾼 것. 죄수들이 살아야 돈을 받을 수 있었던 선장들은 죄수의 건강에 신경을 쓰게 됐다. 그 결과 1793년 죄수 422명을 태운 선박에서 사망자는 단 1명밖에 나오지 않았다.

저자는 이 사례를 들며 “리더들은 ‘이기심’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조직 내에서 상호이익 구조를 만들어 발전적 에너지로 승화하라”고 주문한다. 개인 간 조직 간 역학관계는 대외명분이 아니라 이해관계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군주가 사랑을 받는 것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

저자는 성공적인 리더가 되기 위해선 “두려움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마키아벨리의 말을 전한다. 목표를 가지고 성과를 내야 하는 조직에서 리더가 잘못을 지적하는 두려움의 대상이 돼야 조직에 적절한 긴장감이 유지되고 질서가 잡힌다는 것.

그러면서 루퍼트 머독의 사례를 전한다. 뉴스코퍼레이션의 소유주 겸 최고경영자인 머독은 직원들에게 냉혹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기업을 바꾸기 위해 직원을 수시로 바꾸고, 좌천하거나 해고할 때도 망설이는 법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머독의 회사에서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이들은 예상보다 적다. 직원들이 그를 인격적으로는 존경하지 않지만 ‘두려움’으로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방식만은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