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스마트TV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모바일 강자인 미국 퀄컴과 손을 잡았다. 일본 샤프, 도시바와 손잡은 데 이어 TV용 칩 시장을 노리고 있는 퀄컴까지 ‘LG 스마트TV 동맹’에 끌어들인 것이다. 스마트TV용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협력하는 게 1차 목표지만 하드웨어로 공조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퀄컴·엠스타, LG 동맹에 합류

LG전자는 퀄컴과 엠스타, 오비고, 유미 등 국내외 4개 업체가 스마트TV 얼라이언스에 새로 가입할 예정이라고 29일 발표했다. 지난 6월 샤프와 도시바, 중국계 업체인 TP비전(옛 필립스 TV사업부) 등과 맺은 스마트TV 동맹의 외연을 확대한 것이다.

LG전자는 앞으로 스마트TV 소프트웨어 개발도구인 SDK를 공동 개발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스마트TV용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앱) 개발자들이 제조사별로 앱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불편함을 덜기 위한 포석이다.

첫 성과물은 3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가전전시회 ‘IFA 2012’에서 공개된다. LG전자는 이 행사에서 다른 스마트TV에서도 즐길 수 있는 3가지 앱을 선보인다. 날씨 정보를 제공하는 아큐웨더, 영국의 스포츠 채널인 유로스포츠, 온라인 음악 채널인 빌라노이스 등이다.

LG전자는 연말까지 샤프, 도시바 등과 함께 기존 버전인 SDK 1.0을 업그레이드한 ‘SDK 2.0’을 내놓을 예정이다. 새로 동맹에 가입한 퀄컴과 엠스타에선 스마트TV에 최적화된 SDK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적 지원을 받을 방침이다. 앱 개발업체인 오비고와 광고 솔루션업체인 유미 등과는 앱 개발환경 개선과 수익성 증대 방안에 대해 공동 연구할 계획이다.

○하드웨어 공조로 확대될 듯

업계에서는 LG 스마트 TV 동맹의 협력 범위가 SDK 공동 개발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전문회사와 TV 제조사, 소프트웨어 업체가 힘을 모은 만큼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TV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힘쓸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모바일뿐 아니라 TV 시장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퀄컴이 가세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와 같은 휴대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분야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퀄컴은 올해 초 TV용 칩(SoC)을 새로 내놨다. 가장 먼저 중국 레노보가 퀄컴 칩을 공급받아 스마트TV를 선보였지만, 다른 TV 제조사들은 퀄컴 칩을 쓰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퀄컴이 TV 칩 공급처를 늘리기 위해 ‘LG 동맹’에 합류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TV용 칩 설계 분야에서 세계 1위인 엠스타 역시 도시바 외에 다른 TV 제조사로 거래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엠스타는 지난 6월 반도체 설계 선두 업체인 대만 미디어텍과 합병하기로 하는 등 덩치를 키우고 있다.

LG전자는 TV 칩을 자체 설계하고 있지만 퀄컴이나 엠스타와 TV 칩을 공동 개발해 다른 회사에 공급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퀄컴과 LG의 협력 범위가 모바일 AP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