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은 완벽한 단백질 식품일까, 콜레스테롤 폭탄일까. 레드 와인은 심장에 좋을까, 아니면 간에 나쁠까. 농약, 식품 첨가물, 식품 가공이 실제로 우리를 죽일 수 있을까. 음식 역사학자인 하비 리벤스테인은 먹거리와 관련한 수많은 의문에 “걱정은 이제 그만하라”고 말한다.

《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는 19세기 ‘세균 공포증’부터 21세기 콜레스테롤과 화학첨가물 공포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먹거리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을 음식 역사학자의 눈으로 들여다본 책이다. 세균병원설, 화학 첨가물, 미국인의 소고기 사랑, 비타민 논쟁, 콜레스테롤과 식이지방에 관한 논란을 소재로 삼았다.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은 현대 과학이 발전하면서 눈덩이처럼 커졌다. 19세기 말 영양학자들은 식품이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의 3대 영양소로 구성돼 있고 이 영양소는 각각 고유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인체에 필요한 이들 영양소의 양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음식의 맛은 건강한 식습관을 위한 최소 요건일 뿐이라는 경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도 서서히 꿈틀댔다.

‘먹거리 공포’는 미국 최고의 과학·의학·정부 전문가들의 든든한 후원을 등에 업고 공식적으로 확산돼 왔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아울러 먹거리에 대한 공포를 유발하고 이를 활용해 짭짤한 수익을 챙긴 사람들과 이들의 이해관계를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저자는 식품에 들어 있는 치명적인 세균과 독성을 최초로 경고한 저명한 과학자들부터 식품 가공이 비타민과 미네랄을 파괴한다고 주장한 후세대 과학자들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사실들을 낱낱이 공개했다.

이들 과학자 대열에는 노벨상 수상자인 엘리 메치니코프와 비타민 발견자 엘머 매컬럼도 포함된다.

메치니코프는 요구르트를 마시면 대장 속의 유해 세균을 죽여 140세까지도 장수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매컬럼은 자신에게 연구비를 지원해 준 거대 식품업체들의 입맛에 맞게 비타민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문제점을 끊임없이 경고했다.

거대 식품업체들이 먹거리 공포를 적절히 활용하는 마케팅도 파헤친다. ‘자연식품 운동’은 원래 히말라야 샹그릴라 원주민들이 가공식품을 멀리하면서 강인한 체력과 장수를 유지한다는 믿음에서 시작된 운동이다. 생리학자 안셀 키즈 박스는 ‘고지방 식품은 위험하다’는 이론을 체계화해 과학자, 의사, 식품업계 등이 똘똘 뭉친 강력한 연합 세력에 자연식품 마케팅의 과학적 기반을 제공했다.

저자는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는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한 결과였다”며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산업화에 주목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식품의 생산과 공급 과정이 집밖으로 조금씩 옮겨간 게 먹거리 공포를 탄생시킨 결정적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인구의 90%가 농촌에 거주했던 과거엔 우리 식탁의 먹거리에 관여하는 외부인은 제분소와 소금, 당밀 등 요리에 필요한 몇 가지 필수품을 공급하는 업체가 전부였다. 이 외부인은 대부분 이웃이었고, 소비자와 개인적인 신뢰관계가 두터웠다는 것.

하지만 산업화와 도시화, 운송 혁명은 이러한 신뢰관계 대신 우리 식탁 위에 복잡한 이해관계를 얹어 놓았다. 저자는 “식품 캠페인의 의도를 항상 의심하라”며 “먹거리 선택이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고 행복하게 먹는다는 것이 죄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독자들이 알게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