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한국 인터넷 검색시장의 절대 강자다. 열에 일곱은 네이버로 검색한다. 세계 검색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구글도 한국에서만큼은 맥을 못 추고 있다. 한국 진출 7년째 시장 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머무르고 있다. 무슨 까닭일까.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 소비자의 마음속에서 한국인의 이런 디지털 소비 특성을 설명해줄 실마리를 찾는다. 네이버는 한국인의 디지털 소비 심리를 철저히 추종한 반면 구글은 주된 인터넷 이용자들의 욕망을 읽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새책 《대통령과 루이비통》에서다.

황 교수는 한국 디지털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우직하게 일하며 대세를 좇는 ‘회사인간’과 자신의 생각이나 스타일을 중시하고 재미있게 놀면서 일하는 ‘네오르네상스’다. 이를 다시 디지털 모더니스트·시크·컨서버티브·부머·루덴스와 네오르네상스란 소비자 유형으로 나누고, 이 여섯 가지 유형을 합리성을 특징으로 하는 ‘생활인’과 감성적이고 즉흥적인 ‘날라리’란 두 개의 소비코드로 구분한다.

저자는 네이버 이용자들은 ‘회사인간’ 특성을 보이는 디지털 루덴스나 디지털 부머라고 말한다. 대세를 따르고 싶어하고, 늘 대세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는 이들에게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서비스만큼 중요한 게 없지 않느냐는 설명이다. 반면 구글은 효율과 실용성을 강조하는 이성적인 디지털 모더니스트의 수요에 기능을 맞췄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미드 열풍’으로 이어진다. 황 교수는 “미드 열풍은 한국인이 ‘디지털 괴짜’라는 맥락에서 볼 때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디지털 시크는 트렌디한 것을 좇아 ‘섹스 앤드 더 시티’ ‘가십걸’ 등에 빠진다. 디지털 루덴스는 트렌드가 아니라 미드 자체가 새롭고 재미있어서 캐릭터에 몰입하며 보기 시작한다. 여기에 유행을 따르고 대세를 추종하는 디지털 부머가 합류하면서 미드 열풍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명품 얘기도 꺼낸다. 그는 “한국 사회의 명품 소비는 한국인의 심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소비현상”이라며 “한국인에게 명품은 비싼 물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한다. 한국인은 명품을 구입함으로써 자신의 삶이 명품처럼 업그레이드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명품 소비는 고급 제품을 구입하는 단순한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일상에서 개인이 만들어가고 싶어하는 삶의 방식이나 추구하는 삶의 모습 또는 욕망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일”이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주는 특별하지만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이 바로 명품 소비가 아니냐는 것이다.

황 교수는 명품 소비 심리는 대입 경쟁에서도 드러난다고 말한다. 열심히 돈을 모아 명품 핸드백을 사는 것과 명문대 진학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게 다 같은 심리에서 비롯되는 것이란 설명이다. 결국 겉으로는 ‘백’을 얘기하지만 그 배경엔 ‘돈과 사회적 인정’에 대한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