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했던 2010년 하반기부터 작년 상반기 사이에 시중자금은 펀드로 몰렸다. 몇몇 펀드는 빼어난 수익률을 앞세워 돈을 끌어모으며 ‘스타펀드’로 군림했다. 지금은 아니다. 대부분 펀드가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조정장세를 이기지 못한 채 벌어놨던 수익률을 허무하게 까먹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고 수익률 회복을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 수익률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분할 환매하는 것도 괜찮은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아, 옛날이여!

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0년 7월1일부터 2011년 6월30일까지 1년 동안 설정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상위 10개 펀드 가운데 지난달 말 기준 최근 2년간 수익률이 같은 기간 코스피200지수 상승률(13.23%)을 앞서는 펀드는 4개에 불과했다. ‘삼성중소형포커스’가 41.59%의 수익을 내 성과가 가장 좋았다. ‘KB밸류포커스’(32.37%) ‘삼성당신을위한코리아대표그룹’(27.02%) ‘신한BNPP좋은아침희망’(14.66%)도 나름대로 선방했다.

이에 비해 다른 펀드들은 최근 2년간 수익률이 10% 미만으로 내려왔다.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는 이 기간 수익률이 3.0%에 불과해 증시 조정이 더 이어질 경우 마이너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KB한국대표그룹주’(6.23%)와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장기’(7.28%)도 부진했다.

이들은 코스피지수가 1650대에서 2200대로 수직 상승한 2010년 하반기부터 2011년 상반기에 은행 및 증권사 지점을 통해 불티나게 팔려나갔던 펀드다. 가입 기간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수십%까지 수익을 냈던 펀드들이어서 아직 펀드를 들고 있는 투자자라면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

‘삼성중소형포커스’의 경우 2010년 하반기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1년 동안에만 49.86%의 수익을 올렸다.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는 이 기간 수익률이 50.44%에 달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별로 가입 기간이 달라 일률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왕년의 스타펀드들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다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증시 활황기에 쌓아놨던 수익률을 지난해 8월 이후 상당 부분 까먹은 상황에서 수익률이 회복되기만을 마냥 기다리는 게 맞는지 개인투자자들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강우신 기업은행 분당파크뷰지점장은 “가입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손실을 보고 있는 펀드의 경우 증시 상황에 맞춘 분할 매도를 통해 적극적으로 환매에 나서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활황기에 설정액이 갑자기 늘어나는 펀드의 경우 가입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펀드매니저나 스태프 인력이 부족한 중·소형 자산운용사 가운데 펀드의 ‘덩치’가 갑자기 불어나 운용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1조원 가까이로 불어난 중·소형 운용사의 일부 스타펀드 중에는 펀드매니저 1~2명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럴 경우 증시 변동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