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2주 전에 기아차 뉴 쏘렌토R 2.2 4WD(4륜 구동) 시승기를 썼다. 같은 차로 두 번째 시승기를 감행한 이유는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하고 싶어서’다. ‘장점 시승기’에 이은 ‘단점 시승기’를 통해 장점이 많은 쏘렌토R에 쓴소리를 하고 싶었다.

먼저 외관이다. 처음 뉴 쏘렌토R을 봤을 때 살짝 당황스러웠다. 전면부에 LED(발광다이오드) 포지션 램프를 장착한 것과 뒷부분 램프 디자인이 바뀐 것을 빼면 신형과 구형을 구별하기 힘들 정도다. ‘세 번째 쏘렌토’라고 자랑하기엔 이전 모델인 ‘두 번째 쏘렌토’에서 많이 진화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전 쏘렌토R이 워낙 잘 만들어진 탓도 있다.

인테리어도 아쉬웠다. 풀체인지(전면 변경) 수준으로 바뀌었다지만 독수리가 날개를 펼친 듯한 형상의 센터페시아 등으로 정체성을 확립한 현대차와 달리 기아차는 밋밋한 디자인이다.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배치된 버튼은 제 기능을 수행했다. 7인치짜리 계기판 디자인은 일취월장했다. 대시보드 상단의 디지털시계는 계기판처럼 좀 더 세련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전체적인 품질은 좋아졌어도 감성품질 만족도가 낮다는 점은 싼타페와 쏘렌토 간 형제차 대결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요인이라고 조언하고 싶다.

기아차가 뉴 쏘렌토R을 출시하며 신차 수준의 광고를 한 이유는 새로운 플랫폼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뼈대가 새로울 뿐 엔진 등 파워트레인은 기존 모델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파워트레인은 200마력의 힘을 내는 2.2ℓ R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꾸준하게 힘을 내며 속도가 올라가지만 체감 성능은 200마력보다 못했다. 토크가 44.5㎏·m나 돼도 개그콘서트의 유행어처럼 “이거 다 어디갔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도로를 움켜쥐며 치고 나가는 맛을 즐길 수 없었다.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의 충격은 예상보다 컸다. 주행 시 소음과 진동은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했으나 기자가 시승했을 때는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정숙성은 이번에 신차를 개발하며 신경쓴 흔적이 역력했다. 시승하다 길을 잘못 들어서 후진 기어를 넣었다. 이런, 후방 카메라 가이드라인이 스티어링휠(운전대)과 연동되지 않았다. 개선하시길~.

뉴 쏘렌토는 기아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의 핵심 모델이다. 경쟁 차량인 신형 싼타페는 물론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믿음직한 동생 스포티지와 달리 조금 모자란 느낌이다. 향후 풀체인지를 위해 실력을 아껴둔 것일까.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