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에선 왜 단돈 500원만 더 내도 감자튀김과 콜라를 더 줄까. 영화관 CGV 점원들은 왜 500원을 추가해 대형 상자에 담긴 팝콘을 먹으라고 권유할까.

2004년 미국에서 반향을 일으킨 다큐멘터리 ‘슈퍼 사이즈 미’는 패스트푸드 체인점의 전형적인 마케팅에 현혹돼 사람의 몸이 망가지는 과정을 기록했다. 전형적인 마케팅이란 음식값을 몇 푼만 더 내면 양을 추가해주는 상술을 말한다.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많이 주면 많이 먹는다’는 연구 결과에 착안해 소비자가 특대 사이즈를 사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미국의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음식은 20년 전에 팔던 양보다 2~5배가 많아졌고, 소비자들의 뱃살은 축축 늘어져갔다.

《강요된 비만》은 ‘21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지목된 비만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라고 말한다. 지난 3월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따르면 2008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20세 이상 성인 중 14억명이 과체중이고, 이 중 5억명 이상이 비만이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체중미달인 성인보다 비만인 성인이 더 많아진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가난한 사람이 더 뚱뚱해지는 역설이 발생한다는 사실. 포동포동한 몸매가 부의 상징인 시절이 있었지만 최근의 통계 수치를 보면 오히려 반대다. 빈곤하고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빠르게 비만이 되는 경향을 보였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3월 국회에서 공개한 ‘2010 학교별 비만율 내역’을 보면 강북지역 학생들은 대체로 뚱뚱한 반면, 강남지역 학생들은 날씬했다.

저자는 “여러 가지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보다 설탕, 밀가루, 기름, 가공식품으로 만든 먹거리로 배를 채우는 게 훨씬 싸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런 먹거리는 열량이 높아 포만감을 줄 뿐이다.

나아가 서민들이 싼 식품을 집어드는 데는 복잡한 음모가 숨어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쌓여가는 설탕, 곡물, 기름, 동물성지방을 처분하기 위해 이를 전 세계 개발도상국 시장에 물밀듯이 쏟아부었다”며 “벌이가 변변찮은 사람들이 싸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고열량 음식을 찾아내 사먹게 되고 결국 가장 뚱뚱해졌다”고 말한다.

거대 유통업체들도 책임을 피할 순 없다. 프랑스의 까르푸나 오샹 같은 거대 유통사들은 상품을 만들거나 없애버릴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진열대 위에 놓은 수많은 상품들에는 지방, 설탕, 소금이 동일하게 많이 들어 있으며, 이것은 선택의 기회가 다양한 것처럼 보이지만 영양학적으로 보면 본질적으로 같은 상품”이라고 분석한다.

결국 저자들이 얘기하고 싶은 건 한 가지다. 먹거리를 생산·판매·소비하는 방식을 이해해야만 인류의 비만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많이 먹고 운동은 덜 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 살고 있는 인류에게 전하는 저자들의 경고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