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나 편의점 등에 설치된 밴(VAN)사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가 너무 높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각 은행이 직영 ATM의 인출 수수료를 잇따라 낮추면서 금융당국이 밴사 ATM 이용 수수료도 낮추겠다고 밝혔지만 8개월이 지나도록 전혀 낮아지지 않고 있어서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 등과 업무위탁 계약을 맺은 7개 밴사가 운영하는 ATM의 현금인출 수수료는 은행 업무 마감 전에는 1100원~1200원, 마감 후는 1200~1300원 선이다. 밴사는 KT 등 통신사업자로부터 통신회선을 빌려 ATM을 운영하는 사업자로, 수수료 수입의 일부를 은행에 전산망 이용료로 지급하고 있다. 밴사가 편의점 지하철 등에 설치·운영하는 ATM 등 자동화기기는 전국에 3만3000여대 수준이다.

반면 은행이 직접 운영하는 ATM에서 현금을 인출할 때는 자기은행 기기의 경우 마감 전에는 수수료가 면제된다. 마감 후에도 최대 600원까지만 수수료를 물리고 있다. 타행 기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면 이보다 조금 비싸다. 마감 전에는 600~900원, 마감 후에는 700~1000원 수준이다. 은행 간 전산망 이용 수수료가 더해져서다.

문제는 은행과 밴사가 업무위탁 계약을 맺으면서 원가분석 등을 통해 수수료를 합리적으로 산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은 밴사와 체결한 계약을 1년 단위로 자동 연장하는 등 관행적으로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다. 특히 은행 마감 후 급히 현금이 필요한 경우 어쩔 수 없이 편의점 등에 있는 ATM을 이용해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금액이라는 지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 소비자들로부터 수수료가 과다하다는 민원이 늘고 있다”며 “밴사 ATM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나 밴사가 금감원의 직접 감독대상이 아니어서 관리·감독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밴사들은 현행 수수료에서도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수수료를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밴사 관계자는 “최근 당국의 지도에 따라 ATM 이용 때 수수료를 사전에 안내하는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발길을 돌리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타격이 너무 커서 수수료를 내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밴사들은 또 ATM 기기 구입 및 설치, 기기 입점 장소 임차, 전산망 운용, 기기 유지·보수 등에 들어가는 고정비용 등이 은행보다 커 현행 수수료가 그리 높지 않다고 주장한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