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대한항공이 1000억원대 육군 정찰용 무인기 사업을 놓고 2년 만에 맞붙는다. 두 회사는 이 프로젝트의 향배에 따라 국내 무인기 시장 주도권이 뒤바뀔 것으로 보고 총력전을 펴기로 했다.

○차기군단 무인기 놓고 ‘격돌’

11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육군 차기 군단급 무인기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이달 말 입찰공고를 낸다. 이번에 선정된 회사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1000억원을 지원받아 육군이 사용할 정찰용 무인기를 개발, 공급하게 된다. 방사청은 다음달 제안서를 받아 8월께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KAI와 대한항공은 이 사업권을 확보하면 국내 무인기 시장을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방부 계획에 따르면 향후 개발하는 무인기는 차기 군단급의 파생형이 될 것”이라며 “국가적으로 무인기 개발은 계속될 것이고 이번에 선정되는 업체가 추가 사업을 수행하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두 항공기 제작업체가 무인기 사업에 사활을 거는 것은 항공 산업의 미래먹거리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항공 컨설팅업체인 틸그룹에 따르면 세계 무인기 시장 규모는 2000년 24억달러에서 2010년 50억달러로 증가한 데 이어 2020년에는 113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10년 주기로 두 배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군용 수요가 90% 이상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2004년부터 한국방위산업진흥회 회장을 맡고 있는 조양호 회장의 무인기 사랑이 각별해 관련 사업팀에 비상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조 회장은 미래 항공시스템이 무인화로 가고 있기 때문에 초창기부터 착실하게 준비해 주류가 되는 시점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업경험 VS 수주실적

무인 항공기는 기체에 사람이 타지 않고 원격 조종을 통해 임무를 수행하는 항공기다. 군에서는 사단이나 군단 등 특정 구역 위로 날아가 적의 움직임을 촬영해 보내는 역할을 한다. 보통 비행 고도나 크기에 따라 분류한다.

국내에서 자체 개발해 운용 중인 군용 무인기는 2000년 KAI가 개발한 송골매가 유일하다. 중(中)고도와 저고도 중간의 군단급 무인정찰기로 육군 군단에서 운용하고 있다. KAI는 2004년 납품을 완료한 이후 성능 개량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KAI는 이 같은 수주 실적을 강점으로 내세울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무인기를 개발·양산·운용한 경험이 KAI의 경쟁력”이라며 “송골매 이후 공백기간이 있었지만 초음속 항공기, 기동헬기, 위성사업 등 여러 사업을 수행하면서 종합 개발 능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도 2000년대 후반 잇따라 수주실적을 올리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2007년 1단계 근접감시 무인기 KUS-7을 개발하고 2009년에는 업그레이드된 KUS-9를 완성했다. 2008년에는 한국형 중고도 무인기(MUAV) 사업을, 2010년에는 사단급무인기 사업을 KAI를 제치고 따냈다. 다만 당초 지난해 말 시범 비행이 예정돼 있던 MUAV 사업이 연기돼 개발에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동체는 적기에 납품했지만 다른 업체가 진행하는 임무 장비나 컨트롤 장비의 납품이 지연되는 것으로 안다”며 “헬리콥터 전투기 무인기화 등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정부 연구기관과 함께 진행하며 능력을 축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사청은 제안서 제출 업체를 대상으로 비용과 기술적인 요소를 상대 평가해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