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것을 진정한 자유의 노래라고 부르고 싶어라!/반항의 자유/진정한 반항의 자유조차 없는 그들에게/마지막 부르고 갈/새날을 향한 전승의 노래라고 부르고 싶어라!’(‘조국에 돌아오신 상병포로 동지들에게’ 중)

김수영은 평생 자유를 노래했다. 비관하거나 욕설을 퍼부었지만 그 역시 결국 자유를 위한 것이었다. 서슬 퍼렇던 군사독재 시절, 그가 저항시인으로 인식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수영을 위하여》의 저자인 철학자 강신주 씨도 이 책에서 자유를 강조한다. “자유정신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니까 살아낼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런데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이 책은 김수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기보다 김수영을 빌려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 김수영의 시와 산문을 소개하면서도 실제로는 그것과 자신의 생각을 일치시키며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그도 이를 숨기지 않는다. 서문과 맺는말에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나나 김수영이 느낀 고통과 고독은 자유정신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불가피한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의 시선을 불편해 할 사람도 있을 듯하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 흉측한 에일리언처럼 체제의 검열자가 자리잡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며 “우리는 너무나 잘 길들여져서 허용된 자유를 자유라고 최면을 걸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보다 교묘해진 ‘프로파간다’의 위험성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다양한 양태로 나타나는 사람들의 삶을 좀 더 정교하게 바라보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김수영의 시와 산문을 다양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은 이 책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김수영이 사랑시를 쓰지 않은 이유를 아내 김현경의 배신으로 인한 상처에서 찾는 것은 강인한 이미지의 시인을 인간적으로 느끼게 한다.

인민군 포로가 됐지만 아내와 뱃속의 아이를 위해 죽을 고비를 견디며 돌아온 김수영은 아내가 자신의 친구와 새살림을 차린 현실과 마주친다. ‘늬가 없어도 나는 산단다/억만 번 늬가 없어 설워한 끝에/억만 걸음 떨어져 있는 너는 억만 개의 모욕이다’(‘너를 잃고’ 중)

후에 김수영은 아내와 재결합하지만 정상적인 사랑을 하지 못하고 일그러진 감정만 느끼게 됐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글이 책에 실린 ‘반시론(反詩論)’이다.

이 책은 김수영의 시세계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문학비평서는 아니다. 오히려 철학입문서에 가깝다. 저자가 책에서 줄곧 이야기하는 것은 ‘현실의 억압을 극복하고 진정한 자유를 누리라’는 철학적 가르침이다.

자신이 자유롭지 않다고 느낀다면, 김수영의 시와 산문을 읽으면서 그것을 깨뜨리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독자는 김수영에 이르는 ‘자기 자신만의 길’보다는 저자가 이끄는 길을 걷게 될 확률이 높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