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나라 살림을 ‘적자 제로(0)’ 상태로 꾸려 균형 재정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무차별적인 복지 확대 요구를 막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정부는 2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13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확정, 의결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2013년 국가재정은 재정수지를 관리하기 시작한 1980년 이후 2003년에 이어 두 번째로 균형 재정에 이를 전망이다.

예산편성 지침 작성은 정부가 매년 정례적으로 하는 예산 편성 과정 중 하나다. 기획재정부가 정부 전반의 정책 기조를 예산편성 지침에 담으면 각 부처는 이를 참고해 내년도 예산안을 짠다.

2013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의 가장 큰 특징은 내년도에 균형 재정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지출 수준은 결산 기준으로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1.1%를 기록했다가 2009년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재정 지출을 늘리면서 -4.1%까지 곤두박질쳤다. 이후 2010년 -1.1%, 2011년 -1.1% 수준을 유지했다.

재정부는 균형 재정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로 △국가신인도 제고 △통일·고령화 대비 △예기치 못한 경제위기 대응 등을 꼽았다.

재정부는 이에 따라 필요 이상의 복지 수요를 차단하고 국가가 쓰는 경비, 즉 세출의 사용처를 구조조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실제 예산편성 지침에는 도로, 항만,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서는 시설 신설보다는 기능 개선 중심으로 ‘내실화’하겠다는 표현이 들어갔다.

재정부는 그러나 복지 공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동연 재정부 2차관은 “균형 재정을 유지하면서도 ‘일하는 복지’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는 선제적으로 추진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 밖에 미래 먹거리라 할 수 있는 연구·개발(R&D)과 신산업·신시장에는 과감하게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농축수산 경쟁력을 강화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도 계속할 계획이다.

하지만 균형 재정 달성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우선 재정부가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4%대로 잡았는데 유럽 재정위기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4%대로 올라서기가 쉽지 않다는 것. 경제 상황이 좋아야 세금도 더 걷히는데 이것 자체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