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와 스웨덴 사람들은 20%만이 신의 존재를 믿고 있다. 세계에서 종교성이 가장 낮은 국가들이다. 그러나 공무원과 정치인의 청렴도, 자선 행위, 환경보호 정책 순위에서는 전 세계 ‘톱 10’에 들어 있다. 삶의 질 순위에서도 스웨덴은 세계 5위, 덴마크는 9위다. 살인 사건과 자살률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편이다. 사회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 정말 살 만한 곳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건실한 사회로 성장하려면 맹목적인 근본주의 신앙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견해가 객관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덴마크 사회학자 올레 리스는 이렇게 말한다. “살아가면서 신에게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는 스칸디나비아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 지역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에 대해 미적지근하고 회의적인 태도를 취한다.”

《신 없는 사회》는 북유럽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종교의 힘이 미약한 사회에서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현재를 살아가고 죽음을 마주하며 초월적 존재를 현실적 존재로 만드는지 고찰한 책이다. 초월적 존재에 의지하는 게 인간 본성이란 이론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며 신앙을 갖는 게 인간다움의 일부라는 종교학자들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기도 하다.

종교성이 약한 북유럽인들은 생활방식에서 크게 세 가지 측면이 비슷하다. 이들은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것만 믿는 ‘합리적인 회의주의자’이며 이상향을 따로 설정하지 않고 현실에 충실한 ‘이상적인 세속주의자’다. 또 이상적인 현실을 만들기 위해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고자 애쓰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개인주의자’들이다.

이들은 초월적인 존재가 우주를 창조했다는 창조론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다윈의 진화론이 인간의 생명과 우주의 탄생을 더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때문이다. 현세는 죄악으로 가득한 지옥이고 내세에 구원을 받는다는 기독교식 죽음관도 거부한다. 죽음은 자연 현상이며 그 이후의 일은 상상하지 않는다. 삶의 궁극적인 의미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산다. 대개 “인생이란 내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잘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는 적극 참여한다. 공동체가 유지되도록 도덕과 윤리를 잘 지킨다. 초월적 존재를 두려워해서가 아니다. 모두가 연약한 존재임을 깨닫고 서로 지지하는 생활방식을 만들어간다. 사실상 종교를 생활 윤리로 삼은 것과 같다.

저자는 덴마크와 스웨덴 등에서 종교의 힘이 약화된 배경에 대해 오랜 기간 루터교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면서 사람들이 종교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고 진단한다. 19세기 빈곤했던 시절에는 종교의 힘이 강했지만 잘 살수록, 일하는 여성들이 늘어날수록 종교와 멀어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