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애플, 스카이프…. 각각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이들 기업은 공통점이 있다. 후발주자에서 선두주자로 치고 올라간 디지털 리더들이란 점이다. 구글 앞에는 인포시크, 웹크롤러, 야후, 라이코스가, 페이스북 앞에는 프렌즈터와 마이스페이스가 있었다.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디지털 마케팅 컨설턴트 에런 샤피로 휴즈사 최고경영자(CEO·사진)는 ‘타이밍’을 꼽는다. “비즈니스 운영을 뒷받침하는 기술이 개발돼 있고, 소비자들이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시점에 사업을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샤피로가 생각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따로 있다. 이들 기업이 중시한 ‘획기적인 사용자 경험’이다. “진화는 디지털 시장의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며 “소비자는 잊고 사용자에 집중하라”고 조언하는 까닭이다. 새 책 《유저》(민음사)를 통해 ‘소비자(customer)’가 아닌 ‘사용자(user)’에 주목한 그를 이메일로 만났다.

▶소비자를 중시해야 하지 않나.

“환경이 변했다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메일, 트위터, 웹사이트, 스마트폰 없는 하루를 생각하기 어렵게 됐다. 나 역시 일상생활 속에서 25개가 넘는 기업이 내놓은 100개 이상의 웹사이트와 앱(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기업은 이런 변화를 따라잡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서킷시티, 폴라로이드, 블록버스터 등의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사용자는 누구를 말하나.

“사용자는 디지털 미디어 및 기술을 통해 기업과 교류하는 이들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전통적인 소비자는 물론 회사 직원, 취업 준비생, 비즈니스 파트너, 브랜드 애호가, 미디어 종사자를 망라한다. 사용자는 기업의 인트라넷, 모바일 앱, 온라인 입사 지원서, 웹 사이트, 고객관계관리 소프트웨어, 페이스북 페이지나 트위터 계정, 기업 내·외부의 디지털 발자국 요소들을 통해 소통한다.”

▶소비자보다 사용자를 중시하는 이유는.

“소비자보다 사용자가 기업에 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대다. 사용자가 원하는 물건을 온라인으로 사는 방법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그 기업에서 아무것도 사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사용자 주변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그 기업의 매출이 떨어질 수 있다. 디지털 상거래는 본질적으로 글로벌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왕이다’는 구호는 너무 낡았다. 기업의 디지털 전선은 외부 사람들이 접촉하는 첫 번째 접점이며, 기업을 알리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본이다. 사용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지 하기 위해 인터넷을 열고 스마트폰을 집어든다. 야구 경기 결과를 확인하거나 저녁 식사를 할 식당을 찾고, 새로운 비즈니스 파트너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때도 디지털 기술에 의존한다. 친구의 안부를 물을 때 이메일을 여는 것도 그렇다. 가능한 한 빨리, 효율적으로, 즐겁게 할 수 있는 도구들을 선호하는 게 당연하다. 사용자가 사용법을 고민하는 순간 끝장난다. 사용성이 좋아야 한다. 직관적으로 접근해 쓸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용자는 힘들이지 않고 편한 소통을 원한다. 웹사이트를 돌아다니거나 뭘 클릭해야 할지 고민하는 데 1초도 낭비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

▶경영자의 역할은.

“사용자 중심 경영자는 기업의 ‘디지털 존재감’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안돼”라고 말하는 데도 익숙하다. 창의성이 발현되기를 기대하는 리더들과는 반대로 좋은 제품은 사용자 요구 한 가지를 충족시키는 단순한 기능을 취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아이디어에 대해 “안돼”라고 말해야 한다는 뜻이다. 디지털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전문가와 기술자의 권고를 비판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기술에 대해 충분히 알 필요도 있다. 디지털 지식이 없는 경영자는 제품 개발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

▶사용자 중심인 기업의 특징은.

“기업마다 다르다. 애플과 구글을 보자. 둘은 사용자 중심 제품을 개발하고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구글은 광범위하게 사용자 테스트를 한 다음 조금씩 서서히 반복적으로 개선한다. 애플은 분석보다는 영감, 핵심 부서의 직감에서 나오는 커다란 아이디어에 의해 움직이는 편이다. 결론은 디지털 기술의 영향이 너무 커졌다는 것이다. 과거의 성공 방식에 안주할 것이냐, 시장의 급한 변화를 따를 것이냐의 문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