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글로벌 시대?…"세계화는 아직 절반도 안됐다고"
낯선 도시에서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를 마주쳤을 때 안도감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레이디 가가의 음악을 듣고 애플의 아이폰을 쓰면서 전 세계인과의 문화적 동질감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2008년 금융위기는 시장과 세계화에 대한 믿음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세계 경제는 실제로 얼마나 통합돼 있는지, 어느 정도의 규제가 적절한 것인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세계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많은 사람들은 규제와 통합을 한바구니에 놓고 생각한다. 규제 철폐와 함께하는 세계화인가 혹은 그 반대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로 귀결시키곤 한다.

바르셀로나 IESE경영대학원 교수이자 하버드 경영대 최연소 정교수로 20년간 강단에 섰던 경제학자 판카즈 게마와트는 《월드 3.0》에서 두 가지 방식의 대응이 모두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규제와 국가 간 통합이 공존하면서 서로 보완하는 세계관인 ‘월드 3.0’이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게마와트는 현재 세계가 반(半)세계화, 즉 절반 정도의 세계화 단계에 와 있다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통해 입증한다.

게마와트는 인류 역사를 세계관의 대두에 따라 세계화를 네 단계로 구분한다.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면서 한 지역에 머물렀던 신석기 혁명 전까지를 월드 0.0, 자기 부족이라는 영역이 국경으로 대체된 주권 국민 국가 시대의 가치관을 월드1.0, 미국 사전에 세계화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1951년부터 세계화가 가속화된 1980~2000년대까지를 월드2.0으로 정했다. 세계 각국이 정부 역할을 축소하고 세계화에 빨리 뛰어들어야만 된다는 신념으로 모든 것을 놓고 어디서나 경쟁을 벌이는 국면의 월드2.0 세계관이 지금까지 우리를 가장 오래 지배해왔다는 것.

월드 2.0적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은 금융 위기와 같은 시장 실패가 발생하자 그 원인을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규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세계화 반대주의자들은 세계화가 자본, 인력, 정보 등을 세계적으로 통합하면서 문제가 생겼으므로 다시 보호주의와 같은 정책과 규제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식의 월드 1.0적 세계관으로 회귀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모두가 전제로 깔고 있는 세계화가 아직 절반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데이터로 증명한다.

저자는 국경을 넘는 재화와 서비스, 자본, 정보, 사람의 흐름이 어느 정도인지 수치화하고 이것을 기반으로 앞으로 증가할 국내총생산(GDP) 수치를 계산해냈다. 경제학을 역사와 철학 등 다른 학문과 접목시키기도 한다. 경제학과 지리학을 조화시켜 탄생시킨 ‘거리의 법칙’은 국가 간의 문화, 행정, 지리, 경제적 차이와 거리를 나타내는 ‘케이지(CAGE)’ 거리 체계로 구체화했다. 그리스 재정위기도 이 법칙에 따라 분석해내면서 설득력을 얻는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