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빚 얻어 송도ㆍ영종ㆍ청라 '문어발 공사'…파탄위기 자초
누적된 재정적자로 어려움에 처한 인천시가 내달부터 공무원 수당 삭감과 자산매각 등 본격적인 자구노력에 들어간다.

인천시의 부채는 작년 말 기준으로 2조7401억원, 올해는 3조3042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인천시 올해 예산(특별회계 포함)이 7조5000억여원임을 감안하면 부채가 예산의 약 44%에 이른다.

하지만 인천시가 부담해야 할 빚은 이보다 더 많다. 인천도시공사 등 산하 공기업 부채 6조4976억원을 합할 경우 실제 부채(작년 말 기준)는 9조2377억원 선이다. 인천시가 부채줄이기에 나서고 있지만 빚더미에서 벗어나기 싶지 않은 상황이다.

○‘워크아웃’ 위기 인천시

인천시, 빚 얻어 송도ㆍ영종ㆍ청라 '문어발 공사'…파탄위기 자초
인천시는 지난 27일 공무원 각종 수당 425억9900만원 가운데 22.6%인 96억1700만원을 삭감키로 하는 등 재정확보와 중장기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비상대책에 돌입했다.

인천시 부채율은 작년 말 기준으로 37.8%. 행정안전부의 ‘재정위기 단체(지자체)’ 지정 가이드라인 중 부채비율 마지노선인 40.0%에 근접했다. 재정위기 단체로 지정되면 지방채 발행과 신규사업 등에 제한을 받게 되며 워크아웃(재무구조개선사업) 기업처럼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인천시는 특별회계까지 편성했지만 돈이 없어 사업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 시 산하 기초자치단체와 교육청의 교부금, 도시철도2호선 공사비, 화물차유류비 지원금, 민자터널 재정지원금, 지방채무상환금 등 법적·의무적 경비 3795억원도 아직까지 지급하지 못했다.

○무리한 개발사업이 화근

인천시가 재정위기에 몰린 것은 부동산경기를 감안하지 않고 무리하게 개발사업을 벌였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2000년대 후반부터 송도, 청라, 영종지구 등 3개 지구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받은 것을 계기로 구도심 도시재생 및 도시개발사업, 검단신도시개발, 도로 등 사업간접자본시설 건설 등을 잇따라 추진했다.

무리한 개발사업 탓에 산하 지방공기업의 부채는 ‘시한폭탄’에 비유될 정도로 심각하다. 개발사업을 도맡았던 인천도시공사의 올해 말 예상부채만 7조1333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산하 공기업 전체 부채의 97% 선이다. 검단신도시와 가정오거리 루원시티(복합도시) 등 도시개발사업 토지보상비와 초기사업비로 거금을 투입했지만 부동산시장 침체로 투자금을 거의 회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천시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동산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바람에 송도국제도시를 비롯 영종도 복합레저도시인 미단시티 등의 투자유치나 용지매각 등이 어렵게 되면서 부채 탕감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산매각으로 급전 확보

재정난으로 인천시의 신규 투자는 사실상 중단되거나 늦춰지고 있다. 송도국제도시 추가 개발이 백지화되고 공사비를 제때 못줘 인천지하철 2호선 공정이 늦어지고 있다.

인천시는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는 인천터미널도 급매물로 내놓았다. 매각가는 약 9382억원에 달한다. 최근 매립한 송도국제도시 6·8공구 토지 50만㎡(감정가 약 1조3000억원)도 매각과정을 진행 중이다. 시유지인 북항 항만배후단지의 준공업 및 일반상업지역 13만3803㎡(추정가격 1835억~2618억원)와 소래·논현지구의 준주거지역 1만776㎡(추정가격 174억원)도 시장에 내놨다.

인천시는 중장기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대책으로 세입증대 방안도 마련했다. 국고보조 확보 목표액을 올해 1조5217억원, 내년에는 1조6300억원으로 잡았다. 아시안게임주경기장 건설과 인천대 법인화 등을 국비확보 사업으로 선정해 예산 절감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이런 자구노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세원이 한정돼 있는 데다 ‘빚이 빚을 부르는’ 상황에 처할 정도로 적자가 누적되고 있어서다. 부동산경기가 살아나지 않고는 자구노력이 빛을 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자산매각과 사업구조 조정 등을 통한 부채상환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개발사업에 상당 자금이 묶여 있어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야 자구노력도 가시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