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시장 年 13조…"반도체 → 車 → 스마트폰 잇는 차세대 동력"
SM엔터테인먼트 등 음악 기업과 넥슨을 비롯한 게임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한국 엔터테인먼트산업의 본격적인 성장은 지금부터라는 게 KAIST 측 평가다.

2010년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시장 규모는 13조원가량이다. 이는 전 세계 시장(616조원)의 2.1% 수준에 불과한 만큼 한국 소비 트렌드 변화와 해외 지향적 기업문화를 감안하면 충분히 ‘퀀텀점프(대도약)’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류성한 KAIST 정보미디어연구센터 연구원은 “합법적인 콘텐츠 유통을 활성화하고 인재와 노하우를 축적해나가면 엔터테인먼트를 반도체-자동차-스마트폰을 잇는 세계적인 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노래방 매출 구조 탈피해야

현재 우리나라 음악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음반이나 디지털 음원이 아닌 노래방에서 나오는 저작권 수익이다. 해외시장 개척을 통한 수익은 아직 크지 않은 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0년 음악산업 매출 2조9591억원 가운데 45.8%가 노래방 매출이었다. 콘텐츠 가격도 낮다. 애플의 아이튠즈 스토어에선 곡당 0.99달러를 내야 하지만 국내 서비스는 곡당 100원 미만에 팔고 있다.

이 때문에 공연 연출 등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마돈나 U2 등 유명 아티스트들이 소속된 미국의 라이브네이션엔터테인먼트처럼 콘서트 연출, 공연 예매에 특화된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 최근 아시아와 유럽 등지에서 K팝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공연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손지현 연구원은 “공연산업이 음반 판매 부진의 일시적 대응 방안에 그치지 않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소셜·모바일 게임에 역량 집중

최근 트렌드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 확산에 따른 게임 플랫폼의 변화다. 세계 최대 게임 회사인 닌텐도가 지난해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는 등 과거 콘솔 게임기와 여기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만들던 회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0년 전후로 온라인 게임 제작을 선택한 국내 게임업계는 이 같은 흐름에서 한 발짝 벗어난 상황이다.

임현석 연구원은 “텐센트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온라인게임 회사들과 경쟁 구도를 형성하면서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소셜게임에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화·방송은 돌파구 찾아야

각종 영화제에서 국내 영화의 수상 소식이 들려오고 드라마 ‘한류’ 붐이 일어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실제 한국 기업들은 영화와 방송 산업 부문의 경쟁력 순위에서 단 한 곳도 톱20에 들지 못했다.

KAIST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콘텐츠 발굴과 유통 혁신을 제시했다. 영화 부문 경쟁력 순위에서 11위를 차지한 미국의 라이언스게이트처럼 호러·하드코어, 독립 영화 등 특화된 종류의 영화를 전문적으로 배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온라인으로 DVD를 빌려주는 회사로 처음 출발했던 넷플릭스가 현재 세계 최대 온라인 주문형비디오(VOD)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한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송가은 연구원은 “국내 영화 시장의 경우 불법 유통 콘텐츠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며 “손쉽게 영상 콘텐츠를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면 이런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