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실수, 할 수 있지…하지만 또 하면 안돼"
미국 카지노계의 거물 스티브 윈은 2006년 9월30일 스스로 표현하기를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고 얼빠진 짓’을 했다. 방송인 바바라 월터스와 작가 노라 에프론 등 지인들을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로 초청해 애장 미술품을 보여준 날이었다. 미술품은 1932년 피카소가 연인 마리 테레즈를 그린 초상화 ‘꿈’이었다. 테레즈의 머리가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고, 그중 한 부분이 남성의 성기를 닮은 형태다. 전날 윈은 이 작품을 헤지펀드 대부인 스티브 코헨에게 1억3900만달러에 팔기로 합의했다. 미술품 거래 사상 최고가보다 400만달러나 많았다.

의기양양한 윈은 지인들에게 소장품을 자랑하기 위해 오른손을 들어 그림을 가리키는 듯하더니 실수로 그림에 팔꿈치 끄트머리 크기의 구멍을 내고 말았다. “이런 제기랄,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거야.” 윈은 갑작스런 실수에 크게 당황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에프론은 자신의 웹사이트에 기록했다.

하지만 윈은 이런 말을 한 기억이 없다고 했다. 사건이 있은 지 몇 개월 뒤 인터뷰에서 윈은 당시 했던 말을 기억해냈다. “돌아서서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런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표현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상기할 때 장밋빛 안경을 쓰는 경향이 있다. 의도적으로 왜곡하려는 뜻은 없지만, 과거의 말과 행동을 자연스럽게 미화하려고 한다. 윈은 훗날 이 실수로 무려 5400만달러를 날렸다고 한탄했다.

《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는 퓰리처상 수상 작가가 20년간 각종 실수담을 모아 원인을 분석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결책을 제시한 책이다. 각종 실험과 연구 결과를 토대로 우리들의 문제를 명쾌하게 분석한다.

미국 내 비행기 사고의 70%, 자동차 사고의 90%, 직장 내 사고의 90%는 당사자의 실수 때문에 일어난다고 한다. 저자는 실수의 원인으로 윈의 사례처럼 근거 없는 자기 과신, 자신이 바라는 것만 보는 편향성, 대충 보고 간과하는 습관, 멀티태스킹의 신화에 사로잡혀 집중력을 잃고 마는 경향 등을 짚어낸다. 실수를 예방하는 방법으로는 전문가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보다 겸손해질 것을 요구한다. 무엇보다 실수를 반성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음으로써 실수에서 배우기를 제안한다.

상대방의 조건이나 첫인상 등이 인간의 의식에 영향을 끼쳐 편향을 만들어낸 사례를 살펴보자. 한 남자의 직업을 트럭운전사라고 소개한 뒤 몸무게를 물었더니 대부분 실제보다 무겁게 답변했다. 반대로 동일한 남자의 직업을 댄서로 소개받은 집단은 실제보다 가볍게 추측했다. 유권자들은 정치인에 대해 생김새를 본 뒤 능력을 판단해 버린다.

군대에서 사고가 날 확률이 병원에서 사고가 날 확률보다 낮은 이유는 ‘피드백의 유무’에 있다. 1950년대 미국 해군에서 10만 비행시간당 50건이나 발생했던 A급 사고가 최근에는 1.5건으로 줄었다.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즉각 상부에 보고해 잠재적 실수 가능성에 대해 책임을 공유하는 피드백 시스템을 확립했기 때문이다.

[책마을] "실수, 할 수 있지…하지만 또 하면 안돼"
그러나 의사들은 반성하지 않는 집단이다. 한 의사는 여성의 음문을 절제하는 수술에서 자기 생각을 고집하느라 암세포가 증식한 부분을 놔둔 채 멀쩡한 부위를 제거한 사고를 냈다. 의사들이 치명적인 질병에 대해 오진할 확률은 20%나 된다. 1930년대 이후 지금까지 오진율은 조금도 낮아지지 않았다.

저자는 자기 방식에 대한 고집을 내려놓으라고 충고한다. 습관 때문에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를 놓쳐서다. 소통하고 끊임없이 피드백할 것을 권한다. 속도를 늦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멀티태스킹은 실수 가능성을 높인다. 인간이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하는 데는 엄격한 제약이 따른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