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서나 신흥국에서나 사회로 진출하려는 여성의 발목을 잡는 건 '양육부담'이었다.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각 기관이 발표한 조사결과를 살펴본 결과 신흥국에서 대가족 제도 붕괴에 따른 양육 부담의 증가로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이 어려워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 독일 여성의 절반가량이 양육과 노부모 부양을 위해 불가피하게 시간제 근무를 하는 것으로 조사돼 사회생활이 녹록지 않기는 선진국 여성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드러났다.

◇ 대가족 붕괴…신흥국 워킹맘 양육부담↑ = 영국 컨설팅업체 그랜트 손턴이 8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등 신흥국에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주요 신흥국 기업들의 여성 임원 비율을 조사한 결과 지난 2009년 수준보다 후퇴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령 라틴아메리카는 28%에서 22%로, 동남아시아는 36%에서 32%로 하락했다.

신흥시장의 대표주자 '브릭스(BRICs)'국가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에서도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이 3년 전 30%에서 26%로 떨어졌다.

보고서는 이런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 대가족 붕괴에 따른 양육문제를 꼽았다.

그랜트 손턴의 에이프릴 맥켄지 책임자는 대가족에서는 조부모가 아이의 양육부담을 덜어줄 수 있어 "워킹맘의 유연성이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더 높은 생활수준을 추구하며 도시로 이동하는 젊은 부부가 늘면서 양육을 함께 부담할 친척이 없어 여성들이 고위직 진출의 꿈을 접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 獨여성 "양육부담에 할 수 없이 비정규직" = 직업이 있는 독일 여성(20~64세) 가운데 45% 이상이 시간제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7일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유럽연합(EU)의 평균 비정규직 여성 비율 30.8%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네덜란드(74.7%)에 이어 EU역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AFP는 양육과 노부모 부양에 대한 책임때문에 독일 여성들이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을 택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또한 지난 5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서 독일은 남녀 간의 임금 차이가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 정규직 여성의 임금은 정규직 남성보다 평균 21%가 낮았다.

또 기업 내 여성 임원 비율도 3%에 불과해 OECD의 평균 비율인 10%에 훨씬 못 미쳤다.

◇ UN, 아프간 여성 폭력 방지법 촉구 = 유엔은 세계여성의 날 전날인 7일 여성에 대한 폭력을 막을 수 있는 법을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아프간지원단(UNAMA)의 조제트 가뇽은 아프간 여성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안전망을 마련하고 2009년에 소개된 '여성에 대한 폭력 종식(EVAW)'법을 전면적으로 신속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엔은 아프간 현지 여성의 삼분의 일 이상이 심리적·육체적 폭력에 노출돼 있다고 보고있다.

더욱이 지난 5일 아프간 최고 율법학자들이 모인 울레마 회의에서 여성이 남성과 함께 교육받을 수 없다는 내용 등이 담긴 성차별적 지침이 합의돼 국제사회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 EU, 인구 女가 많고 고용률 男이 높아 = 작년 EU역내 남녀 인구를 살펴본 결과 여성이 남성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7일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EU 통계청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EU역내 여성 인구가 2억5천700만명, 남성 인구가 2억4천500만명으로 집계됐다.

65세 이상의 EU역내 남녀 성비가 남성 100명당 여성 138명으로 늘어났으며, 특히 라트비아(208:100)와 에스토니아(204:100)등 발트해 국가는 65세 이상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0년 EU역내 25~64세 남녀 간 고용률을 비교하면 여성(63.8%)이 남성(77.5%)보다 13.7%포인트 낮았다.

반대로 같은 기간 남녀 간 빈곤률은 여성(24.5%)이 남성(22.3%)보다 높았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