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부채에 역습당한 유로존…"큰형님 독일이 더 나서라"
지난 1월 수출이 2년3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무역수지도 2년 만에 적자를 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이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유럽지역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8%나 줄었다. 우리나라 수출은 물론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는 유럽 재정위기 상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EU 정상들이 유로존 재정 통합과 유로안정화기구(ESM) 조기 도입안 등을 합의했지만 불확실성은 가시지 않고 있다. 위기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어떻게 손을 써야 바로잡을 수 있을까.

글로벌 금융위기, 특히 유로존의 위기를 다룬 두 권의 책이 출간됐다. 세계 금융계 큰손 조지 소로스가 쓴 《유로의 미래를 말하다》와 뉴욕타임스 경제 칼럼니스트 마이클 루이스의 《부메랑》이다.

[책마을] 부채에 역습당한 유로존…"큰형님 독일이 더 나서라"
소로스는 《유로의 미래를 말하다》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경제 흐름을 짚으면서 유로존 구제 전략을 제시한다. 파이낸셜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뉴욕서평 등에 기고한 시론을 엮었다. 당시 국제경제 흐름 속에서 그가 시론을 통해 던진 메시지의 의미와 효용을 가늠해보는 재미가 있다.

소로스는 “유로화 창시는 분명히 잘못된 시도였다”며 “지금 유럽 재정위기는 유로화의 구상 당시부터 내재된 결점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그는 “하나의 완전한 통화가 만들어지려면 중앙은행뿐만 아니라 재정정책을 펼칠 수 있는 재무기관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EU 회원국들은 중앙은행은 세웠지만 참여국 국민에게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권리까지는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 회원국은 은행과 재정위기를 개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형편에서 위기가 확산, 결국 7500억달러 규모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확보해 투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좀 더 빠르게 공동 대처했다면 구제금융 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소로스는 재정위기 해결에서 독일의 역할을 강조하며 위기 해결 전략을 제시한다. 그는 유로존 회원국들이 공통의 재무기관을 설립하기 위한 새로운 조약을 맺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앞서 EFSF가 유럽중앙은행(ECB) 및 국제통화기금(IMF)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를 인수토록 해 국채가 아닌 EFSF를 통해 은행 체제를 보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보증의 대가로 ECB는 각국 은행들의 여신 한도 및 대출 포트폴리오를 관리감독하고, ECB가 할인율을 낮춰 저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없는 정부로 하여금 단기재정증권을 발행해 유동성을 확보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마을] 부채에 역습당한 유로존…"큰형님 독일이 더 나서라"
《부메랑》은 유럽 재정불량국들의 연쇄 부도 사태 이면에 감춰진 실상을 파헤친다. 아이슬란드 그리스 아일랜드 등 각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금융쓰나미의 경로를 추적하고, 이들 부도국가가 처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 한편의 르포기사를 읽는 듯하다.

저자는 “무분별하게 끌어다 쓴 빚이 유럽 위기의 원인”이라고 강조한다. 과도한 탐욕,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 부재,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불균형, 포퓰리즘 등이 금융시스템 문제와 엉켜 돌아가면서 국가시스템 붕괴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한다. 가장 먼저 재정위기를 맞은 아이슬란드는 평생 대구잡이를 했던 어부들까지 앞다퉈 캐리 트레이드에 뛰어드는 등 나라 전체가 헤지펀드화됐다. 그리스는 공무원 평균임금이 민간 기업의 4배에 이르고, 온 국민이 탈세범일 정도로 탈세가 만연했으며, 선거가 있는 해에는 세무공무원을 거리에서 철수시키는 등의 포퓰리즘에 허물어졌다며 혀를 내두른다. “신용경제 호황으로 온 나라가 미쳐 돌아갔고, 이는 완전한 도덕적 붕괴로 이어졌다”는 저자의 말은 그리스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