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로마 제국은 안에서부터 붕괴했을까
로마는 막강한 국력과 화려한 문명의 대명사다. 그토록 너른 땅덩어리를 정복하고, 그만큼 많은 지역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 제국은 없다. 그런 로마가 속절없이 무너졌다. 10대 소년 황제 로물루스 아우구스툴루스가 폐위된 476년, 서로마제국은 지상에서 사라졌다. 이후 크고 작은 왕국과 민족이 난립하는 중세가 시작됐다. 로마제국의 붕괴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로마멸망사》(루비박스, 2만3000원)는 제목대로 로마제국 멸망사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영국의 역사학자인 저자 에이드리언 골즈워디는 로마제국의 전성기로 꼽히는 서기 180년, 5현제 시대부터 이야기를 한다. 이후 3세기 중반 혼란에 빠져든 뒤 재건됐고, 4세기에 동서로 분리된 이유, 5세기에 서로마가 어떻게 붕괴했는지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인다. 더 오래 존속했던 동로마제국과 비교해가며 서로마제국의 멸망 원인을 짚어내는 접근법도 이해를 돕는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