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성공한 장남'의 부양 의무 어디까지
한국 정부는 고도 성장기에 대기업 육성 정책을 펼쳤다. 금리가 낮은 차관을 제공했고 과열 경쟁을 막아 독과점 체제로 이익을 얻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이는 국민의 희생을 담보로 한 것이다. 물론 특혜를 받은 기업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살아남아 성장한 기업에는 피나는 기업가 정신이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가난한 집 맏아들이 홀로 학비를 써서 성공했다면 대학에 가지 못한 동생들에게 큰 금액을 보태줘야 하는 게 상식이다. 특혜 받은 기업은 사회에 도덕적으로 보상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가난한 집 맏아들》(유진수 지음, 한경BP, 1만3000원)은 가족과 국민의 희생으로 성공한 맏아들과 기업들이 부담해야할 의무를 감정에 호소하는 게 아니라 경제학자의 시선을 통해 이론적으로, 수치적으로 따져보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오늘의 한국은 기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기업의 목적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기업의 이익과 발전에 있다’고 생각하는 중국인은 59%에 달했지만 한국인은 응답자의 16%에 불과하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