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와인의 15가지 비밀 과학적으로 파헤쳐
와인에도 족보가 있을까. 레드 와인의 대표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은 놀랍게도 프랑스 보르도에서 재배되는 서로 다른 포도 품종인 카베르네 프랑과 소비뇽 블랑이 조상이다. 평범한 레드 품종과 화이트 품종 사이에서 가장 남성적이고 무거운 레드 와인이 탄생한 것.

화이트 와인의 대표 품종인 샤르도네, 가메이 누아르, 알리고테, 믈롱은 끝맛이 비슷하다. 모두 중세에 널리 재배됐던 같은 조상, 피노(Pinot)와 구에 블랑(Gouais blanc)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아무 문헌 기록이 없는 와인의 기원과 계보를 알아낼 수 있었던 건 분자 유전학적 방법을 이용한 부수체 DNA 분석 덕이다.

강호정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극지와 열대, 습지를 오가며 전 지구적 기후 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는 생태학자다.

그는 《와인에 담긴 과학》에서 포도의 품종에서부터 포도가 자라는 토양과 기후, 와인의 발포와 숙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생물과 각종 첨가물, 그리고 와인의 맛과 향을 판단하는 인간의 후각 및 미각, 심리에 이르기까지 와인병 속에 감춰져 있던 15가지 비밀을 과학적으로 파헤친다.

와인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물’ 편에서는 샴페인이 어떤 원리로 거품을 뿜어내는지, 의학계에서 말한 것처럼 레드 와인이 정말 건강에 좋은지, 요즘 급부상하고 있는 유기농 와인에 담긴 유전공학의 최신 결과는 무엇인지 설명한다.

기후 변화로 야기될 전 세계 와인 경작지와 시장의 변화도 예측한다.

저자는 “지난 50여년간은 지구 온도가 점차 상승하면서 유럽 와인의 경우 좋은 빈티지 수가 급증했고, 각 연도별 품질의 차이도 많이 줄어드는 등 와인에 최적화된 기후 변화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앞으로 지나친 온도 상승이 계속되면 와인 생산지의 경계선은 더 극지를 향해 이동하게 되고, 현재 최적의 와인 생산지들은 최대 포도 경작지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주장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프리미엄 와인으로 초고가에 팔리는 ‘오퍼스 원’ 등은 앞으로의 기후 변화에 따라 81% 이상 감소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반대로 습도가 높아 와인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서부 해안 일부와 북동 및 북서부가 오히려 와인 생산의 적지로 변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소개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