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연평도 사건은 김정은의 '도발'…'포격의 달인'으로 우상화 진행
북한은 2009년 최고인민회의 제12기 1차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했다. 군사정책을 우선시하는 ‘선군사상(先軍思想)’을 ‘주체사상’과 함께 지도이념으로 규정한 게 핵심이었다. 국방위원장을 ‘최고지도자’로 규정하고 권한을 이전보다 강화했다. 후계자와 그를 옹립하는 민간인들도 ‘군인화’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친누나 김경희와 삼남 김정은, 최측근 최용해 등 3명의 민간인을 포함한 6명에게 ‘대장’ 칭호를 부여했다.

이는 김정은 후계 체제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김정일이 숨졌을 때 북한은 “김일성과 김정일 동지가 이끌어온 혁명위업을 완성할 수 있는 결정적인 보증”이라며 김정은 후계체제로 움직여가고 있음을 선언했다.

그러나 실상 김정은의 권력은 불안하고 북한과 한반도는 대단히 위험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북한 주민이 김정은을 수령으로 ‘경애’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을 이끌 수령은 백두산 혈통이어야 하는데, 김정은의 어머니 고영희는 제주도 출신의 재일교포다. 게다가 김정은은 첫째가 아닌 셋째다.

무엇보다 치적이 없다. 전산화 작업을 그의 업적으로 만들려고 하지만 중국 등을 통해 외부세계와 접촉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는 쉽게 통하지 않는다.

김정은은 권력을 세습했지만 김정일은 엄밀한 의미에서 세습이라고 할 수 없다. 격렬한 투쟁으로 권력을 탈취했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후계자로 지명된 후 김일성이 지녔던 권력을 하나씩 벗겨내면서 정치적 실권을 장악했다. 그런 김정일 체제조차 ‘미완의 시대’였는데, 김정은 체제가 안착하려면 갈 길이 멀다.

중국 베이징에 주재하면서 북한 특파원으로 활동했던 일본 기자 히라이 하사시가 쓴《김정은 체제》는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김정은 정권과 북한 정권 60년사를 균형 있게 진단한다. 우선 김정은을 추대한 세력들인 신군부와 이영호 총참모장, 태자당과 사로청 인맥, 각 도당 책임비서 출신들을 소개한다.

김일성 유일지도 체제가 구축된 과정, 김정일의 후계자 승계 과정,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권력 엘리트 집단의 변화도 상세하게 적었다. 김정일의 통치 스타일과 현 북한 파워엘리트들의 역학 관계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김정일 사망 시 국가장의위원회 명단 등을 통해 정치서열도 분석했다.

저자는 북한이 정세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각 부문의 부장을 겸임하고 있는 김정일이 모든 업무에 대해 결재한 뒤 움직이는 구조 탓이라고 진단한다.

김정은은 현재 ‘포격의 달인’으로 우상화되고 있다고 한다. 그의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졸업논문이 항법위성시스템을 활용해 포격의 정확도를 제고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다. 김정일의 현지지도에 김정은이 처음 동행한 것도 ‘포격훈련 시찰’이었다. 이 때문에 ‘연평도 포격’ 사건은 김정은의 업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저자는 분석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