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술 경매시장, 작년 12조원 몰렸다
유럽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세계 미술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프랑스 미술정보업체 아트프라이스가 최근 발표한 ‘2011년 세계 미술시장 분석’에 따르면 작년 세계 미술 경매시장에는 107억달러(12조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2010년의 93억6000만달러보다 12% 정도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홍콩 경매시장에는 18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유입됐다. 크리스티는 5월 뉴욕 경매에서 3억170만달러, 소더비는 2월 런던 경매에서 살바도르 달리, 프랜시스 베이컨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고가에 팔아 935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필립스는 6월 경매에서 9880만달러의 낙찰 총액을 기록했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국제 펀드회사들의 유휴 자금이 미술시장으로 유입된 데다 중국 중동 부호들이 고가의 미술품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아트프라이스의 수석 경제학자인 마틴 브레몽은 “지난해 중국 미술시장은 전체 시장의 35~40%에 달한다”며 “중국 미술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미국 유럽 시장을 잠식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 미술품 줄줄이 고가 낙찰

지난해는 유례없이 중국 미술품의 고가 낙찰 행진이 이어졌다. 중국 화단을 대표해온 치바이스(1864~1957)의 수묵화 ‘송백고립도(松柏高立圖)’는 베이징 경매에서 4억2550만위안(718억원)에 낙찰돼 중국 현대회화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지난달 베이징 폴리 옥션의 겨울 경매에서는 쉬베이훙의 작품 ‘구주무사악경운’이 2억668만위안에 팔려 자신의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푸바오스의 ‘모주석시의’(3억위안)를 비롯해 치바이스의 산수첩(1억9400만위안), 장다첸의 ‘연꽃과 중국 오리들’(1억9100만홍콩달러)이 초고가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미국 유럽 작가들의 작품으로는 파블로 피카소의 1932년작 ‘독서’가 응찰자들의 경합 끝에 추정가보다 1.5배 높은 2524만파운드(449억원)에 낙찰돼 눈길을 끌었고, 미국 앤디 워홀의 ‘자화상’이 50여년 만에 2만3000배 오른 3844만달러(416억원)에 팔려 화제를 모았다.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팝아트 작품(4320만달러), 마크 로스코의 ‘무제’(3368만달러), 베이컨의 ‘자화상 연구’(1796만파운드)도 고가에 판매됐다.

◆장다첸, 치바이스에 밀린 피카소

경매 낙찰 총액에서도 중국이 위력을 과시했다. 총 5억달러(5700억원)의 낙찰액을 기록한 중국 작가 장다첸(1899~1983)이 피카소(3억2000만달러)를 누르고 가장 잘 팔리는 작가로 떠올랐다. 14년 동안 1위를 지켜온 피카소는 장다첸은 물론이고 치바이스(4억4500만달러)에게도 밀린 3위로 떨어졌다.

지난해 생존작가 경매 낙찰 총액 상위권에도 중국 작가가 대거 포진했다. 자오우지(9000만달러)가 선두에 올랐고 쩡판즈(5700만달러), 판쩡(5100만달러)이 2, 3위를 차지했다. 장샤오강(4100만달러), 추이루줘(3900만달러)가 뒤를 이었다. 미국 인기 작가 제프 쿤스는 3600만달러(414억원)로 6위에 머물렀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폴리 자더 한하이 등 200여개 경매회사를 통해 4조원 상당의 작품이 거래됐다. 이는 2010년(3조2000억원)보다 20% 정도 늘어난 것이다. 중국의 경제 성장과 부유층 인구 급증에 따른 중국 미술품 가격 폭등 현상이 세계 경매시장에서도 확인됐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2010년에도 세계 미술시장 점유율에서 중국은 39%로 1위를 차지했고, 25%를 차지한 미국이 2위, 20%의 영국이 3위에 올랐다”며 “중국 미술이 국제 시장의 새 강자로 자리잡은 것은 8000만명에 이르는 애호가들이 지갑을 열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