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조리법서 뿌리 찾는다고?
산악인 소설가 박인식 씨가 장편 기행소설 《첫사랑뿐》(바움·전3권)을 펴냈다. 월간 ‘사람과 산’ 발행인 겸 편집인을 지낸 박씨는 1985년 장편 《만년설》을 필두로 줄곧 ‘산’이라는 화두를 문학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소설에도 평생을 산과 함께한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소설은 옛 가야 땅 청도의 할아버지와 그의 손자 인수에 이르기까지 일제하에서 현대에 이르는 가족사를 큰 축으로 전개된다. 중앙아시아의 천산산맥에서 한국의 백두대간까지 아우르며 천년의 시간을 통해 어긋날 수밖에 없었던 사랑과 그 이면에서 펼쳐지는 한민족의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장중한 스케일로 그려진다.

위구르족이 세운 옛 누란왕국의 전설 등 판타지적 요소도 가미돼 있다. 인수의 할아버지는 누란국의 왕, 조선족 여인 이정민은 누란국 왕녀, 인수는 누란국 원수의 환생자로 인연의 끈이 얽혀 있다.

박씨는 인간의 운명과 사랑을 연기(緣起)와 환생의 상상력으로 투시하면서 고대사와 근·현대 현실의 구체성을 소설 속에 담아내고 있다. 산악인이 된 인수는 ‘맑은 길을 찾아가라’는 할아버지의 유언을 따라 한반도에서 만주, 우루무치, 카슈가르, 천산 등 중앙아시아 지역까지 할아버지의 전력을 추적해간다. 유언의 단서는 할아버지의 국수 조리법. 인수는 할아버지가 건조하고 더운 지역을 여행했고, 그 지역 주민들이 이슬람교도라는 얘기를 삼촌으로부터 듣는다.

소설은 한반도, 만주, 몽골, 중앙아시아 등으로 이어지는 생생한 여정과 함께 역사와 전설, 연기와 환생으로 빚어진 운명과 사랑 등이 한데 어우러진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