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CEO 74명이 들려주는 '최고의 자리' 오르는 비결
“뇌수술 전문의를 고용할 것인가. 아니면 뇌수술을 배우고 싶어 하는 항문 전문 외과의사를 절반 가격으로 고용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비용을 줄이는 데만 목숨 걸지 말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 투자해야 합니다. 피자를 아무리 싸게 만든다고 해도 사는 사람이 없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죠.”

《사장실로 가는 길》은 뉴욕타임스에 ‘코너 오피스’, 즉 사장실이라는 코너를 연재하고 있는 아담 브라이언트 부편집장이 1년 반 동안 만난 74명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인터뷰를 엮은 책이다. 저자는 기업의 실적이나 경영전략보다는 그들이 어떻게 사람을 이끄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실수를 범하는지, 엄청난 양의 업무는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주목한다. 그들이 하는 실무, 신입사원을 뽑고 회의를 주재하고 팀워크를 북돋고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레오 톨스토이가 쓴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모두 똑같아 보이지만, 불행한 가족은 제각각 색다른 방식으로 불행하다”는 말을 빌려 성공한 CEO들의 문제 해결 방식은 대부분 닮아 있다고 말한다. 덧붙여 그들의 공통된 성공 인자로 열정적인 호기심, 역경을 통해 단련된 자신감, 팀스마트, 스마트 워크,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함, 철저한 준비와 인내 등 여섯 가지를 꼽는다.

새로울 것 없는 직장생활 조언서라고 할 수도 있지만 샐러리맨들이 알아두면 좋을 듯한 팁이 적지 않다.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CEO를 인터뷰했음에도 MS에서 알면 좋지 않을 듯한 지적 하나. 대부분의 CEO는 복잡하고 장황한 보고를 싫어한다며 파워포인트의 문제를 지적한다. “파워포인트라는 소프트웨어를 싫어하진 않지만 장황한 프레젠테이션은 짜증난다. ‘파워’는 사라지고 ‘포인트’도 없는 프레젠테이션이 난무하고 있다. 경영진이 원하는 것은 명백하다. 파워 있게 포인트로 직진하는 것이다.”

샐러리맨들에게 사장실 의자에 앉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책이지만 이미 그 의자에 앉아 있는 CEO들의 착각도 일깨워준다. “카리스마는 우월적 지위와 강압을 무기로 조직을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창조성과 혁신이 숨을 죽인다는 것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