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무기력한 미국…'개척정신' 재무장해야 부활찬가 부른다
[책마을] 무기력한 미국…'개척정신' 재무장해야 부활찬가 부른다
미국의 추락은 어쩔 수 없는 일일까. ‘팍스 아메리카나’는 이대로 종언을 고할 것인가. 이런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미국 지성들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자본주의 심장’이라는 뉴욕 한복판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목격했고, 국가신용등급 강등이란 수모도 겪었으니 말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퓰리처상을 세 차례나 받은 언론인 토머스 프리드먼과 존스홉킨스대 국제문제연구소 석좌교수인 마이클 만델바움도 미국의 쇠퇴 징후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쪽이다. 《미국 쇠망론》은 이 둘이 본 미국의 무기력한 현재와 불안한 미래 전망을 담고 있다. 결론이 어두운 것은 아니다. “미국은 할 수 있다”로 요약된다. 안일한 자세로 건방 떨지 않고 미국적 가치를 되살려 안에서 비롯된 문제를 해결한다는 전제 아래서다.

저자들은 워싱턴의 공사 중인 지하철 베데스다역과 중국 톈진의 최신 컨벤션센터를 비교하며 미국의 현재를 바라본다. 베데스다역은 에스컬레이터 두 대가 고장나 있다. 러시아워 때는 출근 인파에 치여 엉망진창이 되곤 한다. 당초 계획된 수리 기간은 6개월, 중국인의 ‘만만디’는 저리 가라다. 반면 킨텍스의 2배나 되는 톈진 메이장 컨벤션센터는 단 8개월 만에 완공됐다.

저자들은 미국인들이 이렇게 무기력한 상황에 익숙해졌다는 점을 우려한다. “미국을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로 만들었고, 사람들이 미국을 우러러보며 ‘예외적인’ 국가로 부르게 했던 ‘정신’을 잃지 않았냐”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네 가지 원인이 있다는 게 저자들의 진단이다.

첫째, 미국 정치지도자들은 냉전이 종식되고부터 공공정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질문, 즉 ‘지금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 ‘이런 세상에서 번영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란 질문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치판은 잦은 고성과 자기주장, 편 가르기, 결정의 회피뿐이다. 냉전 종식이 세상의 변화를 알리는 시작이었는데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안주했다는 얘기다.

둘째, 미국은 지난 20년 동안 교육, 재정 적자와 부채, 에너지와 기후변화 등 당면하고 있는 최대 현안에 대한 해법을 찾는 데 실패해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셋째, 미국의 위대함에 바탕이 됐던 건국 초기의 ‘아메리칸 포뮬러(American Formular)’에 더 이상 투자하지 않고 있으며 그래서 넷째, 그동안 스스로의 문제점을 바로잡거나 미국의 강건함을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저자들은 이런 현실 판단을 기반으로, 1957년의 ‘스푸트니크 모멘트’ 때처럼 ‘아메리칸 포뮬러’의 회복을 주창한다. 미국 건국과 함께 시작돼 끊임없이 개선하며 적용해왔던 관습법, 즉 그동안 신경을 쓰지 않아 훼손됐던 미국적 개척정신에서 ‘위대한 미국’을 향한 성공 공식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메리칸 포뮬러를 튼튼히 지탱해줄 다섯 가지 기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 더 많은 미국인들에게 공교육을 제공하고 △사회기반 시설을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현대화해야 하며 △이민자를 위한 문을 더 개방하고 △기초과학 연구개발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민간부문이 도전과 혁신을 수행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들은 “민주당은 미국의 문제를 월스트리트와 대기업 책임으로 돌리고, 축소되고 있는 경제적 파이의 평등한 분배만을 주장하며 공화당은 세금을 감면하면 경제적 파이가 확대될 것이라며 완전히 헛다리를 짚고 있다”며 “미국의 전 세대들이 그랬던 것처럼 빨리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미국의 위대함을 지키기 위한 최상의 대안은 더욱 미국다워지는 것”이라며 양극화돼 이익집단의 지배 하에 놓여 있는 정치시스템을 바꿀 제3당 창당 의견도 내놓는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