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칼럼] 0.2% 부자증세 주장, 부끄럽지 않은가
하필이면 절세 달인의 이름을 빌려왔는지…. 아들에게 벅셔헤서웨이를 물려주면서 자선재단 기부 방식으로 증여세 한 푼 내지 않은 위선자 말이다. 부자증세를 주장하면서도 자신이 속한 그룹인 “장기투자자는 제외하고”라며 익살을 떨었던 사람이 버핏이다. 부자증세 주장에는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 놀랍게도 억대 연봉자 중에 찬성자가 더 많다. 이들은 자신들이 아닌 10억원대 소득자로부터 더 걷어야 한다고 말한다. 10억원대를 버는 사람은 다시 수백억 수천억원 소득자를 지목하고 그렇게 손가락질은 계속 위를 향해 올라간다. 이게 세금의 본질이다. 요는 내가 내기는 싫다는 것이다.

한번 딴죽을 걸어보자. 우선 한국의 조세부담률이 20%를 밑돌아 OECD 평균 25%보다 낮다는 주장은 부자증세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대체로 선진국일수록 조세부담률이 높다. OECD 끄트머리의 한국이 평균 이하인 것은 당연하다. 낮은 조세부담률과 버핏세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 조세부담률이 높은 나라는 대부분 간접세가 크다. 조세부담률 34.8%로 세계 최고인 스웨덴은 부가세가 무려 25%다. 대부분 유럽 선진국도 20% 전후다. 전 국민이 높은 소비세를 내고 있으니 당연히 조세부담률이 높다. 정작 부자들이 세금을 많이 내는 나라는 직접세의 나라인 미국과 일본이다. 미국은 직접세 비중이 전체 세수의 무려 78.4%이고 일본은 71.6%다. 한국은 58.3%로 OECD 평균 56.8%보다 높다. 한국도 부가세를 왕창 올리자. 그러면 조세부담률도 껑충 올라갈테다.

정치권은 1억5000만원 이상 과표소득 구간을 새로 만들어 40%의 세율을 적용할 모양이다. 전체 납세자 0.2%가 대상이다. 8800만원 최고 소득 구간이 20년 전에 설정됐다는 주장은 오히려 기준을 내려야 할 근거다. 물가가 오르면서 이 구간 납세자가 13만명으로 불어났다. 이들에게 더 걷어봤자 6000억원 남짓이다. 작년 국세 230조원에 비기면 껌값이다. 그것조차 단순히 세율을 곱한 것이다. 실제 걷힐 세금은 이보다 무조건 적다. 탈루 동기만 높이고 그 결과는 현금 내면 깎아주는 폭만 확대된다.높은 세율은 그렇게 지하경제에 활력을 준다.

법인세를 올리자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법인세율은 34.4%로 한국의 22%보다 한참 높지만 법인세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의 15%보다 낮은 9%에 그친다. 이 비중은 일본이 17%, 미국 11%, 독일 6%다. 한국 기업들이 더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적절한 감세가 세수를 늘린다는 사례는 산처럼 쌓여 있다. 케네디는 94%였던 소득세 최고세율을 70% 이하로 내렸고 레이건은 77%에서 25%로 내렸다. 두 경우 모두 증세론자들의 우려와는 달리 세수가 대폭 늘어났다. 레이건의 감세가 재정적자를 늘렸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이는 구소련과의 군비경쟁 때문이다. 더구나 감세에 힘입어 경제가 살아났다. (서머스와 맨큐의 논문들이 있다)

좋다! 복지용 세금을 더 걷자. 들여다 보면 세금 걷을 곳은 너무나 많다. 증권매매 소득에 더이상 비과세 혜택을 줄 이유도 없다. 자본 차익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최근 주가상승으로 안철수 교수도 거액을 벌었다. 이 중 1500억원대 주식을 기부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증여세 외에 소득세도 내야 한다. 고소득 맞벌이 소득에 분리과세 아닌 가구별 합산과세제를 도입하는 것도 정의로운 방법이다. 아마 이 마술만으로도 10조원 가까이 세금을 더 걷을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선진국들도 부부합산으로 과세한다. 고소득 맞벌이는 가구별 빈부격차의 진정한 원인 아니었던가. (폴 크루그먼의 분석이 있다) 빈농 아닌 억대 부농이 면세 혜택을 받을 이유도 없다. 빈농과 도시서민의 살림살이가 우리의 진짜 문제다.

세금이 줄줄 새는 곳도 널려 있다. 무릇 세금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 자신은 내기 싫고 모두가 자신보다 더 부자인 사람을 손가락질하고 있다. 논리도 도덕심도 없다. 굳이 복지세금이 더 필요하다면 십시일반의 원칙에 따라 중산층 과세로 해야 한다. 국회의원부터…!

정규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