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산업 증자 참여…주식 4500억 담보로 낼 수도"
박삼구 "금호산업 증자 참여…주식 4500억 담보로 낼 수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이 금호산업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4500억원(시가 기준) 규모의 주식을 담보로 내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상증자 참여에 앞서 경영권 회복에 대한 '명분'을 세우겠다는 취지에서다. 증자 자금은 금호석유화학 보유 지분을 팔아 마련할 계획이다.

박 회장이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 금호산업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되면 금호산업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이렇게 되면 금호아시아나는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금호산업,금호타이어,아시아나항공)과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그룹(금호석유화학,금호미쓰이화학,금호폴리켐)으로 분리 수순을 밟게 된다.

◆"4500억원대 주식 담보로 내놓겠다"

24일 금융권과 금호아시아나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과 장남 박세창 금호타이어 전무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을 취득할 경우,보유 주식을 채권단 지원자금에 대한 담보로 제공하는 방안을 채권단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박 회장 부자가 보유한 금호석유화학 지분 10.45%는 채권단(산업은행) 지원자금에 대한 담보로 잡혀 있다. 박 회장 측은 이 주식을 팔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안을 채권단과 협의해왔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이 자율 워크아웃을 졸업하면 박 회장 일가의 담보권이 해제될 수밖에 없다"며 "사재가 될 수 있는 재산을 다시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금호 고위 관계자는 "담보 제공 여부는 아직 여러 방안 중 하나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채권단의 결정에 따른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박 회장은 보유 주식을 담보로 내놓는 대신,채권단에 우선매수청구권을 요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박 회장 부자의 금호석유화학 주식 가치는 시가로 45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각각 3000억원,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의 유상증자 참여는 악화되고 있는 금호산업의 재무사정 탓이다. 건설업 불황이 지속되면서 금호산업은 당장 내년 2월까지 신규자금을 수혈받아야 하지만,채권단은 자금 지원을 꺼리고 있다. 회사 측은 금호고속사업부를 포함한 4개 계열사(장부가 1조1000억원)에 대한 패키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매각대금은 대부분 채권단의 부채 상환이나 운영자금으로 써야 할 전망이다.

◆금호아시아나 · 금호석화 계열분리 속도

변수는 채권단이 유상증자 방안에 대해 동의해줄지 여부다. 금호아시아나와 채권단은 대우건설 풋백옵션 리스크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FI(재무적투자자)들의 채무를 대거 출자전환시켰다. 때문에 채권단의 금호산업 지분 90% 중 FI들의 지분(은행계열 제외)이 60%에 이른다. 채권단 관계자는 "유상증자안이 확정되려면 채권단 75%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채권단 내에서도 의견은 갈리지만 경영난에 빠진 금호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박 회장의 유상증자 참여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FI들도 금호산업의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박 회장의 유상증자 참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FI들은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마련한 구조조정 초안을 본 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절차를 진행하는 데 2~3개월이 걸려 늦어도 연내 채권단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

금호아시아나의 유상증자 방안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금호아시아나는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금호타이어를 경영하는 박삼구 회장 일가와 금호석유화학 계열을 소유한 박찬구 회장 측으로 분리된다. 박삼구 회장은 2014년 말 워크아웃 졸업 때까지 회사를 정상화해야 회사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물론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채권단 지분을 되살 수 있는 자금도 확보해야 한다. 금호석유화학은 조만간 자율협약을 졸업할 공산이 크다.

좌동욱/장창민 기자 leftking@hankyung.com